오늘은 애니 피셔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23번을 들으며 순돌이와 산책을 했습니다.
이 연주를 통해 제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크게 떠오른 말이 절제된 열정입니다.
많은 시간 저에게 열정은 모든 것을 한 곳으로 쏟아 붓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것 자체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너무 모든 것을 쏟아 붓다보니 제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잘 못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도 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지요.
열정을 쏟았던 것을 후회하기보다, 그것만 하다 보니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많았던 점을 후회합니다.
같은 곡이지만 어떤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애니 피셔의 연주를 들으면 무언가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 강하게 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더 빠르지 못해도 아니고 지금 꼭 필요한 정도의 힘을 쓰는 거지요.
그럴 일도 없겠지만, 제가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다면…
1악장은 물론이고 3악장에 들어서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제가 제 연주에 취하고, 누가 자극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흥분을 해서 막 정신없이 달렸을 거에요.
그러다 나중에는 그 강도와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체 당황하겠지요.
뜨겁지만 여유가 있고
고요하지만 떨림이 있는
그런 삶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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