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피해자 비난하기, 인지부조화와 자기정당화
보편적이지만 슬픈 현상 중 하나는 모든 문화에서 자신들의 적을 잔혹한 이름으로 부르고. 그들을 ‘해충’ ‘동물’ ‘짐승’ 그리고 비인간적인 존재로 간주함으로써 비인간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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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한 방법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는 이들과 싸우고 이들을 죽여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리 같은 온전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나치는 유대인들을 쥐로 묘사하였다. 냉전시대에 소련 사람들은 미국인들을 ‘탐욕스러운 돼지’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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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기정당화가 잔인한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잔인한 행동의 결과로 자기정당화가 뒤따라온다는 것을 어떻게 확실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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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들이 겪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규군보다는 게릴라와 싸워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그들이 어린아이, 방관자, 다른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일으키는 부조화를 감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군인이 더 큰 부조화를 느낄 것인가에 대한 이러한 예상은 실험 참가자로 하여금 동료 학생에게 고통스러운 전기충격을 주도록 만든 실험에서 지지되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학생들은 자신이 희생자에게 전기충격을 준 결과로 인해 그들을 폄하하였다. 한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이 실험에 반전이 있어, 희생자들이 나중에 보복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희생자가 나중에 보복할 수 있다고 들은 학생들은 희생자를 폄하하지 않았다. 가해자에게 희생자를 평가하도록 했을 때도 부조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은 희생자가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그들을 깎아 내릴 필요가 없었다. 이 실험결과는 전쟁 시 군인들이 적군보다는(보복할 수 없는) 시민에게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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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는 좋은, 친절한 사람이다”와 “나는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사이에서 생기는 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한 욕구가 더 크다. 가장 쉬운 길은 “그는 유죄이고, 그가 고문을 시작하도록 만들었고, 모든 것은 그의 잘못이고, 그는 결코 우리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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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를 비인간화하는 데 성공하면, 실제로 계속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고, 심지어 잔인성이 더 커진다. - 192~194
- Elliot Aronson, <사회심리학>, 시그마프레스, 2018
미군들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들의 목에 개처럼 줄을 걸거나(왼쪽 사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고 가혹행위를 하며 웃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