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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신뢰하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는

순돌이 아빠^.^ 2019. 8. 29. 14:06

그녀가 이렇듯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자기에게 이처럼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락한 경우는 미카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그녀의 방어 매커니즘을 뚫고 들어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을 털어놓게 만드는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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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코를 골면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생전 처음 느껴보는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솟아올랐다. 이제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의 능력을 이용하지도, 그녀에게 상처 주는 일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본성상 절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 420



이어 그녀는 마치 마비된 듯 꼼짝도 않고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듯 강하게 생의 의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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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내부에는 어떤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크고 암울해서 거의 병적인 상태로까지 발전해 있는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을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여 그녀는 감정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 파묻고 꼭꼭 숨겨 왔었다. 그렇게 가냘픈 자존심을 간신히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듯 애써 쌓아온 자존심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427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1-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