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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2부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19. 9. 2. 21:28

미카엘이 리스베트가 살던 집에 가봤습니다.

 

미카엘은 가슴이 아려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찾아내, 품 안에 꼭 안아주고 싶었다. - 2370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래요. 리스베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알면 알수록...

 

한 사람의 과거를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이 가슴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밀레니엄 1부를 읽고 나서 리스베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

2부를 읽고 나니...아리고 쓰리게 다가옵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2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 2011

 


그녀는 그의 냄새를 증오했다.

...

그녀는 그의 침묵을 증오했다.

...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증오했다.

...

그녀는 그를 증오했다.

...

그녀는 그가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증오했다. - 10

 

사내는 뚜벅뚜벅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며, 자기 같은 놈에게는 그녀가 과분하다고 고백했다. 사내는 어떤 열등감의 발작에 사로잡힌 것인지, 넌 날 위선자로 생각하고 있을 거야, 하고 다그쳐댔다. 그때마다 여자는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며,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점점 더 화를 내면서 그녀를 붙잡고 흔들어대기까지 했다. 결국 그녀는 사내가 기다리고 있던 대답을 뱉어내고 말았다. 맞아요, 당신은 위선자예요. 그 즉시 사내는 이 강요된 자백을 빌미 삼아 그녀의 행실과 성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갈보 년이라고까지 불렀다. - 17

 

재능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고 있어. 저 박사는 미국인치곤 괜찮은 사람이지. 지금은 세인트조지스에 중학교 하나를 세우려고 교육부 장관과 협의 중이래

괜찮은 사람인데 왜 자기 마누라는 팰까요?”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대꾸했다. - 43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스톡홀름 지방 법원에서 법적 무능력자 선고를 받은 여자였다. 비우르만은 그녀의 후견인으로 지명되었고, 때문에 그녀는 그에 대한 전적인 의존 상태에 있었다.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에 대해 성적으로 몽상하기 시작했다.

...

그는 첫눈에 그녀가 자신의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법이니 규칙이니 윤리니 사회적 의무 같은 것은 이미 관심 밖의 일이었다.

...

이런 그녀가 자신의 권위 아래 있었으므로 그 어떤 위험도 없었다. 설사 그녀가 자신의 행위에 불만을 품고 후견위원회에 가서 항의한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신뢰성과 명성을 내세워 근를 뻔뻔스러운 거짓말쟁이로 몰아버릴 수 있을 터였다.

 

난잡하고, 사회적으로 무능하며, 자신의 손에 온전히 맡겨진 성인 여자...그랬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더할 수 없이 이상적인 장난감이었다.

...

그녀에게는 방어 수단이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완벽하게 취약한 존재, 그녀는 진정한 희생양이었다. - 52

 

왜 이렇듯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지는 미카엘 자신도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

딱 한 번 에리카 베르예르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와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 또 그에게는 여자로 하여금 긴장하거나 부담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했다. 요컨대 그와 함께 잠을 자는 것은 위협적이거나, 힘들거나, 복잡한 일로 여겨지지 않고, 마음 편하고 관능적으로는 유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따. - 63

 

그 빌어먹을 테이프를 보게 되는 한...그들은 절대 이해 못할 거야. 그년이 처음부터 장난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래! 그년이 일부러 날 도발한 거야. 그 어린애 같은 순진한 눈으로, 그 열두 살짜리 계집애 같은 몸으로 날 유혹한 거야. 그년이 나로 하여금 강간하게 만든 거라고. 모든 건 그년 잘못이었고! 하지만 그들은 전혀 이해 못하겠지. 그 모든 상황이 사실은 그년이 꾸민 연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든 게 그 년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 67

 

그들은 저녁을 같이했고, 미카엘은 하리에트가 그녀의 삶 중에서 내밀하고도 사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중단시키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 세상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 놓을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당신뿐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 168

 

미카엘과의 관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그에게는 그녀를 통제하려는 성향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질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 187

 

그리고 효과들이 나타나는 거 같았다. 처음 1개월 동안, 홀예르 팔름그렌의 동작 조율 기능과 전반적인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고, 이 사실은 매주 치르는 검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시바르난단으로서는 이 모든 결과가 작업 치료 덕분인지, 아니면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방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팔름그렌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그녀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으며, 또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고 재활 훈련에 온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체스 게임에서 판판이 지는 것조차 즐기고 있는 듯했다. - 227

 

리스베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미리암 우와 다시 접촉하면서, 그녀의 욕구는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시간만나면 그녀에게 전화하는 고약한 버릇이 생긴 것이다. 단순하고 건전한 욕구라기엔 너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밈미를 찾는 자신...그녀는 밈미를 바라보면서, 절대 누군가에게 애착을 가져선 안 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결국은 상처만 남게 될 테니까. - 231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2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 , 2011

 

둘의 관계는 결투의 양상을 띠었다. 텔레보리안이 손에 모든 패를 쥐고 있는 불공정한 결투...이에 맞서는 리스베트의 방법은 자기 안에 숨어 들어가 나오지 않거나, 방 안에 있는 그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108

 

간이침대에 위에 누운 소녀의 몸을 의사가 가죽띠로 고정시킬 때마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곤 했다. 그의 눈빛 속에서 리스베트는 그가 흥분했음을 읽어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메시지는 전달되었다.

 

열세 살 되던 날 밤, 그녀는 페테르 텔레보리안과는, 아니 이 세상의 그 어떤 심리 전문가나 정신병 의사와는 더 이상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페테르 텔레보리안의 욕구가 좌절되었다는 사실을. 이로 인해 그녀가 독방에 묶여 지내는 밤들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109

 

그는 그녀의 집요한 침묵을 부수고,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품고 시선을 던져오는 그에게 그녀는 쓰라린 좌절감만 안겨 주었던 것이다. - 110

 

미리암 우는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몸의 고통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이 그녀를 울리고 있었다. - 222

 

 

살라첸코는 지독한 사이코패스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소. 술을 마시고 앙네타를 구타했지. 내가 알기로, 이 폭력은 아이들의 유년기 내내 계속됐다오.

...

살라첸코는 섹스와 술 때문에 들렀고, 항상 앙네타 살란데르를 다양한 방법으로 학대하는 것으로 끝나곤 했지. 리스베트의 묘사를 들어보면, 그건 단지 육체적인 학대만은 아니었던 듯하오. 총을 휘두르며 위협했다고 했소. 상대에게 정신적 공포를 가하면서 즐기는 사디스트였던 거지. 그리고 그런 행동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졌다고 하오. 리스베트의 모친은 1980년대의 대부분을 공포 속에 살아야 했소.” - 322

 

“...하지만 리스베트는 전혀 달랐소.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력을 중단시켰지.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들고 나와 살라첸코의 어깻죽지에 그대로 내리꽂은 거요. 그렇게 다섯 번이나 칼을 맞은 살라첸코는 간신히 칼을 빼앗고 아이에게 주먹을 한방 날렸소.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지만 그는 돼지처럼 피를 쏟으며 도망갔지” - 324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아파트를 나오고 있었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그냥 실실 웃기만 했지. 리스베트가 뛰어 들어가 보니 어머니는 의식을 잃고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

하지만 리스베트는 준비해 놓고 있었어. 차 안에 우유 팩 하나를 던졌지. 안에 휘발유를 가득 넣어둔 우유 팩을. 그리고 성냥 하나를 그었어.

...

그렇게 그녀는 두 번씩이나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던 거요. 그리고 이번에는 결과가 나타났지. 룬다가탄의 한 자동차 안에서 화염에 휩싸여 타고 있는 남자...이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 - 326

 

왜 리스베트가 정신과 의사들이나 정부 기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해 왔는지,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녀는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상황이 더 악화되었던 거지요. 화염병 사건이 일어난 후, 그녀는 10여 명의 어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죠. 생각해 보십시오! 어린 소녀 혼자서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 흉악한 사이코패스와 맞서 싸워야 했던 겁니다. 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한 거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잘했다혹은 넌 착한 아이야라고 칭찬해 주는 대신, 그녀를 정신병자 수용소에 처넣은 겁니다. -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