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파시즘
[이진우의 의심]‘광장의 파시즘’을 경계한다
현 정부와 여당에 맞서 강하게 싸우는 야당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야당을 해산을 하거나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한 적이 없어요. 대중들이 몰려 다니면서 야당 당사 앞에서 횃불을 밝히며 위협을 하거나 야당 국회의원 집에 돌을 던진 것도 아니에요. 김대중이나 아웅산 수지처럼 가택연금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연일 국회에서 큰 소리 치고, 전국을 다니며 엄청난 사람이 모이는 대중 집회를 잘 열고 있어요. 자유한국당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해산하라는 대중들의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자유한국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거에요.
게다가 심지어는...어찌보면 서열이 아래라고 할 검찰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마음대로 하지도 못해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검찰총장이 체포되기를 하나요, 청와대 입장과 다른 수사를 한다고 해당 검사가 해직이 되기를 하나요. 아니면 시민들이 검찰청사에 돌이나 화염병을 던지며 너희 같은 것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하나요. 물론 반대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반대하고 욕하는 정도인 것과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고 공격을 하는 건 다른 예기에요. 파시즘 얘기가 나왔으니 당시 독일에서 히틀러 정권이나 나치의 주장에 따르지 않던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비교해 보면 되겠지요.
첫째, 파시즘은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편화된 민중을 결집한다. - 이진우의 글 가운데
그들이 권력을 가진 것은 맞아요. 저도 요즘 일을 권력투쟁의 측면에서 로마 정치사에 나오는 얘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귀족들끼리 싸우는데 한쪽에는 귀족의 대표를 자임하는 귀족 세력이 있고, 다른 쪽에는 민중의 대표를 자임하는 귀족 세력이 있는 거지요. 권력 투쟁의 측면에서는 그렇다는 거에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진우의 글에 나온 '기득권 세력'은 언론도 야당도 검찰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권력이에요. 대통령 뽑는 것도 아니고 법무부장관 하나 인선하는 문제를 가지고 거대한 반대에 직면해서 우왕좌왕 하는 권력이에요. 권력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 권력이 왕이나 독재자의 권력만큼 강하고 크지는 않다는 거지요. 야당의 반발에 직면해서 장관 인선도 편히 못하는 권력인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 제가 보는 관점은...청와대나 민주당이 나서서 파편화된 민중을 결집 시킨 게 아니구요...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시민들이 모여서 의견을 모으고,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그 힘이 점점 커지니까...어정쩡한 입장에 있던 민주당이 되레 입장을 조금씩 정리해 나간 거에요. 제가 느끼기는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세력을 모으고 힘을 키우는 것을 되레 경계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의 상황은 그들이 흩어져 있는 시민들을 결집 시켰다기 보다는, 결집된 시민들이 우왕좌왕 하는 정치권을 움직이는 건 아닌가 싶어요.
둘째, 파시즘은 권력 쟁취의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낸다. 우리 사회가 이미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어 있음에도 운동권 출신 기득권 세력은 새로운 적을 찾아낸다. 타도할 부정부패 세력이 있을 때 저항 운동은 명료하고 강력하다. 싸울 상대가 뚜렷하지 않을 때 운동권은 스스로 부패한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노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낙인찍는다. 괴물과 싸우다 보면 스스로 괴물이 된다는 니체의 말처럼 이분법에 저항하던 사람들이 선악의 이원론에 갇혀 있는 것이다. - 이진우의 글 가운데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편, 저 편, 나는 옳고 너는 그르고. 등등의 이분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이 편 저 편으로 나누고, 대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 모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로마 정치사에서 귀족들끼리 권력 투쟁을 벌일 때 민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있었듯이 말이에요. 민주당이고 자유한국당이고 겉으로는 이 당 저 당 몰려다니면서 싸우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는 적당히 손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구요.
아무튼 니 편 내 편 나눠서 싸운다고, 그들이 파시스트이고 적을 타도하려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싸움에도 정도가 있고, 적이니 상대편이니 해도 그것이 모두 같지는 않아요. 파시스트들은 적으로 소련과 공산주의자들을 내세웠지요. 소련과는 전쟁을 벌였고, 국내의 공산주의자들은 잡아죽였지요. 또 유대인들을 바이러스니 암적 존재니 하면서 몰아세웠어요. 그리곤 가스실로 보내 수 백 만 명을 죽였지요.
저는 그런게 파시즘이고 파시스트라고 생각해요. 편을 나눠 싸우기는 야구나 축구도 마찬가지잖아요.
넷째, 최고의 통치자가 민중과 직접 소통하려는 방식이 파시즘이다
...
민심을 듣겠다고 의회를 무시하면, 그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 이진우의 글 가운데
문재인이 시민들에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자고 했나요? 문재인이 우리 민족을 해치는 바이러스이나 암 덩어리인 저 것들을 때려 부수자고 대중을 선동했나요? 글쓴이의 상상 속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인 건지는 몰라도, 통치자가 직접 나서서 대중을 선동했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있어요. 파시즘 얘기가 나왔으니 당시에 히틀러가 대중들 앞에서 어떻게 연설을 하고 선동을 했는지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관련 영상은 유튜브 같은 곳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되지 싶어요. 히틀러나 괴벨스 관련 책들을 봐도 나올 거구요.
의회를 무시했다구요...의회를 무시했다면 청문회는 왜 하죠? 히틀러 집권시 독일의 의회나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시잖아요. 그게 무시일지 진퇴양난일지 낙장불입일지 어떤지는 몰라도 지금의 상황을 파시즘과 비교하는 건...기침한다고 모두 폐렴은 아니잖아요. 바람분다고 모두 태풍은 아니구요.
요즘 광장만 있고 의회는 없다.- 이진우의 글 가운데
연일 청문회다 국정감사다 대정부질문이다 뭐다 하면서 조국, 조국 하고 있잖아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되고 있구요. 의회와 언론이 큰 판을 먼저 벌여서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이에 광장에 시민들이 모이기도 하는 거겠지요.
조국 사태에 대처하는 집권세력은 일사불란하다. 청와대, 민주당, 친정부 시민세력 모두 한 사람처럼 움직인다. - 이진우의 글 가운데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에요. 아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상상이 현실은 아니에요. 내 머리 속에 떠오른다고 모두 사실도 아니구요. 참고하시라고...
[단독]금태섭 "수사받는 조국이 '특수부 폐지' 나서는 건 부적절" |
김경율 "참여연대 본연 임무 망각..조국 의혹 더 신랄하게 감시해야" |
예를 들어 10월3일 시청과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도회를 열고,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모두 한 사람처럼 움직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 생각해요. 그들이 모두 알바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모두 정신나간 토착왜구들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주장들이 있고 의견들이 있지만, 사실 관계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거나 파시즘 얘기가 나왔으니, 촛불집회와 파시즘을 비교해서 얘기할 만한 사인안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기침한다고 모두 종합병원에 가서 MRI 찍어야 하는 건지, 손가락에 가시 박혔다고 전신마취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 싶네요
파시즘은 '공동체의 쇠퇴와 굴욕, 희생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과 이를 상쇄하는 일체감, 에너지, 순수성의 숭배를 두드러진 특징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이자, 그 안에서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결연한 민족주의 과격파 정당이 전통적 엘리트층과 불편하지만 효과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민주주의적 자유를 포기하며 윤리적. 법적인 제약 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내부 정화와 외부적 팽창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적 행동의 한 형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로버트 팩스턴, <파시즘>, 교양인 2005, 487쪽
파시즘이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이념의 형태를 정치운동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운동이 지녔던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 요소의 결합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희생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과 이를 상쇄하는 일체감이 있는지
순수한 민족이니 어떠니, 우월한 집단이니 어떠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고 숭배하는지
결연하고 과격한 정당이 나서서 법적 제약을 무시하는지
자신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지도자를 우상화화고 그의 말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는지 등등 같은 것들이요
팩스턴의 글에 비춰보면 민주당이나 청와대가 전통적 엘리트층과 '때로' 불편한 관계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과 같은 일이 터진 거겠지요. 최저임금 문제나 여성 인권 문제나 삼성 관련해서나, 검찰이나 언론 관련해서...그리고 때론 불편하지만 많은 경우, 그러니까 큰 사단이 나지 않고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어쨌거나 민주당이 결연한 민족주의 과격파 정당은 아니잖아요. 나치도 그렇고, 이스라엘이나 인도 같은 데서 보이는 과격한 정당들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민주주의적 자유를 포기하고 법적 제약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구요.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하일 문재인'을 외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좋아해서 소리친다고 다 파시스트면...조용필 보고 오빠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은...^^;;;
소련과 독일이 전쟁을 벌였고,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서도 히틀러를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총통께서 결정적 한방을 날리실 거다, 총통만 믿고 따르면 곧 독일이 승기를 잡을 거라면서...집에 히틀러 사진을 붙여 놓기도 하고...근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문재인을 향해 가진 감정이 그런 정도일까요? 그렇지 않은 걸 같아요. 좋아는 하지만 그 정도가 다른 거지요. 빨간 단풍과 빨간 사과의 색깔이 같다고 둘 다 먹을 수 있는 거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오히려 집회 도중에 폭력이 없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폭력을 벌어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집회 뒤에 쓰레기가 남지 않았다는 것까지 자랑스러워하는 정도에요.
민주주의의 촛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광장의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 - 이진우의 글 가운데
이리 저리 생각해 보니
촛불집회나 광장에 시민들이 모인 것을 보고 파시즘을 경계하는 것보다는
촛불집회나 광장에 시민들이 모인 것을 보고 파시즘을 떠올리는
그 생각 자체를 경계하는 게 좋겠다 싶어요.
광장에 시민들이 모이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파시즘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