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고
줄거리가 뭐냐고 하면 뭐 별 큰 일이 없습니다. 그냥 산드라가 주말 동안 공장 동료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얘기하고, 그 얘기들 속에서 산드라가 느끼는 것들에 관한 겁니다.
어떤 이야기냐고 물으면...정말 무거운 주제입니다...동료들이 보너스 1천 유로와 산드라를 해고하는 것을 놓고 투표를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내가 보너스를 받고 동료를 해고 시킬 건지 아니면 내가 보너스를 포기하고 동료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할 건지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누가 치고 박고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지구가 망하거나 외계인이 쳐들어 온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도...보는 내내 긴장되고 무슨 얘기를 할까 집중하게 됩니다.
자신을 위해 투표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동료에게서 되돌아 오는 반응에 따라 산드라는 희망과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정말과 좌절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우울증을 앓고 있고, 결국 복직에 실패한 산드라가 영화 막바지에 남편에서 웃으며 '행복해'라고 합니다. 뜻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동료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용기, 위로와 격려가 마음에 크게 쌓인 거겠죠.
너무 힘들어서 신경 안정제 한 통을 몽땅 한 번에 먹어 버리기도 했던 산드라가 이제는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와 노동자,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와 노동자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고,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한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며 살아가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하며 웃픈 마음으로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