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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크릭, <놀라운 가설>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0. 6. 19. 12:31

이 책에 있는 많은 내용을 제 짧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머리에 관한 이야기인데, 제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다니 이 무슨 슬픈 이야기인지... ㅠㅠ

그런데 이상한 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조차 좋았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계속 읽었어요. 계속 읽다보면 어느 순간 어렴풋이 뭔가 떠오르는 게 있더라구요. 그냥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 같은 것들이 뇌와 관련이 있고
뇌는 뉴런들의 상호 연관과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거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뭐랄까...생각의 큰 기둥이 하나 세워졌다고 할까요? ^^

그리고 뇌에 관한 것이든 인간에 관한 것이든 계속 물음을 던지고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도 많이 배웠어요. 

아하!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알아가는 거구나 싶더라구요. 

아하! 이렇게 한계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는 거구나 싶기도 했구요. 

 


첼로 연주를 틀어 놨어요. 과거의 어느날 제가 모르는 누군가가 연주한 것을 지금 듣고 있어요. 신기하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그리고 또하나 신기한 건 첼로 연주가 제 마음에 일으키는 느낌이에요. 편안하고 안정되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 

그 기억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 첼로 소리와 함께 제 머리에 떠오르게 되는 건지...

 

프랜시스 크릭, <놀라운 가설>, 궁리, 2015


놀라운 가설이란 바로 '여러분', 당신의 즐거움, 슬픔, 소중한 기억, 야망, 자존감, 자유의지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는 신경세포의 거대한 집합 또는 그 신경세포들과 연관된 분자들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것 - 19

아무리 많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아무리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나라는 존재가 신경세포 집합의 정밀한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것이다. - 26

왜 놀라운 가설은 그토록 놀랍게 들리는가? 나는 거기에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흔히 '환원주의적 접근 방식reductionist approach'이라 불리는 것을 꺼려 한다는 사실이다-환원주의적 접근 방식이란 복잡계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과 그 부분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 26

놀라운 가설이 낯설게 느껴지는 두 번째 이유는 의식의 본성 때문이다.
...
우리는 당신의 두뇌 속에 있는 특정한 뉴런(또는 분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활동할 때에만 붉은색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 이 말은 '왜' 당신이 생생하게 붉은색을 경험하는지, 왜 어떤 종류의 뉴런의 활동이 붉은색을 보는 데 관여하고, 푸른색을 볼 때에는 또 다른 뉴런이 관여하는지 해명해 줄 수도 있다는 뜻
...
놀라운 가설이 낯설게 느껴지는 세 번째 이유는 우리의 '의지'는 자유롭다는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지를 자유롭게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건들에서 뉴런의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의지가 단지 자유로운 것처럼 보일 뿐인가? - 29~31

사람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당신은 인식과 기억 과정의 결과 중 상당 부분을 지각하지만, 이러한 지각을 낳는 과정에 대해서는 극히 제한된 접근만이 가능할 뿐이다.(예를 들자면 "내가 어떻게 할아버지의 세례명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 실제로 일부 심리학자들은 인식과정의 근원에 대해서도 매우 제한된 자성적自省的인 접근만이 가능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에 당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신경 과정의 일부가 의식과 연관되는 반면, 다른 과정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 48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지침으로 삼아 우리의 두뇌가 시각적인 장면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특성들'에 병렬적으로 반응해서 그것들을 의미있는 전체로 결합하는 구성적인 과정이다. 본다는 행위에는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과정들이 포괄되며, 그 과정들은 시각적인 장면에 대한 명백히 상징적이고 다차원적인 해석으로 이어지게 된다. - 73

기억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당신이 무언가를 기억해낼 때 당신의 머릿속 어디에선가 그 기억을 상징으로 바꾸는 뉴런의 발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자유의 여신상이나 당신의 생일처럼 기억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당신이 특정 순간에 기억해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잠재 기억latent memories'은 일반적으로 그와 연관된 뉴런의 발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기억은 여러 가지 시냅스 연결의 세기를, 그리고 다른 변수들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머릿속에 저장된다. 따라서 적절한 단서가 주어지면 그 기억에 없어서는 안 될 뉴런의 활동이 재생될 수 있는 것이다. - 383

이 발화는 일정한 시간 동안 계속되다가 스스로 멎거나 또는 뉴런이 외부에서 발화를 중지하라는 신호를 받아 정지하게 될 것
...
이 말은 우선 연관된 뉴런들이 자극을 받아 발화하고, 그런 다음 발화를 중지하지만 충분히 강한 단서가 잠재 기억을 활성화시켜 다시 빠른 속도로 발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 384 

과학적 사실이 매우 놀랍고, 훌륭하게 수립되어 있다면, 그리고 그 사실들이 놀라운 가설을 뒷받침한다면 사람이 육체와 분리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은 생명력life force이 존재한다는 낡은 개념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수십억의 사람들이 품고 있는 종교적 믿음과는 정면으로 상치된다. - 420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어떤 신념을 가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 믿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421

오직 시간만이, 그리고 더 진전된 과학적 연구만이 사실을 판가름해줄 것이다. 그 답이 어떻게 판명되는 간에, 해답을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접근 방법은 세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하는 길뿐이다. 그 밖의 접근 방식들은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호각을 부는 일 이상은 아니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타고났다. 우리는 영원히 어제의 추측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전통이나 의식이라도 그 타당성에 대해 솟구치는 회의를 잠재우지는 못하는 법이다. 우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방대한 우주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도 명료하고 타당한 상을 만들어낼 때까지 한순간도 노력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 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