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의식주 걱정 없는 삶

순돌이 아빠^.^ 2020. 9. 24. 08:55

한번은 웃옷을 입으려고 팔을 집어 넣는데..지익하는 하는 소리가 나더니 팔의 중간 부분이 주욱 찢어진 거에요. 까짓거  가진 옷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싶기도 하고, 바느질 해서 입는다 해도 천이 헤어져서 곧 또 찢어질 것 같아 과감하게 버렸어요.

 

또 한번은 바지를 입으려고 다리를 쑤욱 집어 넣는데 찍! 소리가 나는 거에요 바지 끝자락이 오래돼서 그런지 실오라기 사이 사이가 벌어져 찢어졌더라구요. 어쩔까 하다가 바지 끝자락이기도 하고 찢어진 길이가 길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그 부분만 가위를 들고 잘라 버렸어요. 짧은 바지가 더 짧은 바지가 된 거지요 ㅋㅋㅋ

 

세월이 자꾸 가니 옷들이 헤어지고 찢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벗고 다닐 일 없고 몸 가릴 걱정 살고 있어요.

아침에 고등어와 감자를 넣고 조려 먹었어요. 예전에는 고등어나 오징어가 참 흔한 물고기였는데...요즘은 오징어는 물론이고 고등어도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 동네 어느 가게에서 생물 고등어를 1마리에 1천원에 파는 거에요. 노르웨이산 자반도 아니고 생물 고등어를 1마리에 1천원에 팔다니! 물론 크기가 좀 작기는 했지만 그게 어디에요. 오랜만에 생물 고등어를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

 

누군가는 저 고등어를 잡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고, 누군가는 저 감자를 키우기 위해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허리 숙여 수확을 했겠지요. 그분들께 감사드려요. 

 

덕분에 많이 먹어서 탈이 나기는 해도 먹을 게 없어서 쫄쫄 굶을 일은 없으니까요 ^^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지은지 25년쯤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윗집 화장실에서 버린 물이 우리집 화장실 천장으로 떨어지는 거에요. 윗집 주인분한테 말씀드렸고, 윗집에서 공사를 해서 이제는 물이 안새요.

 

가끔은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려고 물을 틀면 뻘건 녹물이 나와요. 그러면 물을 틀어놓고 조금 흘려보내고 나면 다시 맑은 물이 나와요. 세면대 여기저기가 갈라지기 시작해서 곳곳에 순간 접착제를 발라놨어요. 오래 버텨주길 빌고 있어요. ㅋㅋㅋ

 

그러나 저러나 비바람 맞을 일 없고, 언제나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콸콸 나오니 집 걱정 없어 좋아요. 

 

지구별에 생명이란 게 생겨나고

어느날 인간이란 존재가 태어났겠죠.

그리고 그 많은 생명과 인간 가운데 과연 몇몇이 의식주 걱정 없이 살았을까 싶어요.

 

조선시대만 해도 평민들이나 노비들은 한 겨울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고 다녔을까 싶어요. 저를 포함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한 켤레만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온갖 기능과 온갖 때때에 맞추는 신발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헤어진 양말을 꿰매다 보면 요즘은 몇 사람이나 양말을 꿰매 신을까 싶기도 하구요. 한 겨울에 저는 파카를 입고 있는데 어떤 꼬마가 얇은 천을 하나 거리고 맨발로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괜히 내가 미안하더라구요.  

 

어릴 때 집에 어른들과 함꼐 식사를 하면 밥한톨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예기를 많이 들었어요. 밥그릇에 밥풀이 붙은 채로 숟가락을 놓으면 야단을 맞기 때문에 밥풀 하나 남김 없이 다먹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구요. 보릿고개를 겪고 먹을 게 많이 부족했던 그분들에게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밥 한 공기가 그분들의 과거에는 큰 고통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했을테니까요. 

 

예전에 인도에 있을 때였어요. 어느 분이 자기 집에 저를 초대해서 놀러 가게 됐어요. 큰 돈을 들여 염소 고기까지 준비했더라구요. 근데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집안에서 하늘이 훤히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왜 지붕이 없냐고 물으니까 집을 짓는데 돈이 모자라서 벽만 세우고 지붕이 없다는 거에요. 지붕도 없고 수도도 없고 전기도 없는 집에서 손님 대접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집 크기가 몇 평이니 전자제품이나 가구 뭐니 따질 것이 없는 거지요. 

 

 

그러고 보면 저는 참 복 받은 놈이에요. 의식주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으니까요.

 

지구의 수많은 생명과 그 많은 인간들이 갖고 싶었던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왓 어 원더풀 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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