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될지도 모른다는 여성의 두려움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의 시즌3:4화에 시작에는 경찰이자 여성인 깁슨이 목욕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살인범인 폴이 깁슨을 살해하는 거에요.
다행인 것은...이 장면이 깁슨의 꿈이라는 거에요.
다행이지 않은 것은...이 장면이 깁슨의 꿈이라는 거에요.
다른 화에서 깁슨이 이런 식의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워하고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살해할까 두려워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으로부터, 그 다른 인간이 가족이든 낯선 사람들이든,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얼마나 불안하고 긴장될까 싶어요.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걸 직접 본 적이 있어요. 그 일 이후로 한동안은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예민해지더라구요.
로즈가 폴의 납치 감금으로부터 벗어나 깁슨에게 말해요.
제가 항상 원한 건...사랑과 안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남성이라고 늘 안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살면서 안전을 삶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사는 경우가 여성보다는 확실히 적을 것 같아요. 경험을 봐도 그렇고 통계를 봐도 그렇고 여성이 남성을 공격할 가능성보다는 남성이 여성을 공격할 가능성이 훨씬 높잖아요.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마음은 불안을 일으키게 되고 긴장하게 만들겠지요. 그리고 예민해지도록 만들고 움츠러들게 만들고 과하게 반응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방을 구할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현관문이 튼튼한지 유리창에 쇠창살이 잘 되어 있는지를 더 살피겠지요.
물리적인 힘의 차이, 공격과 방어에 관한 능력의 차이, 그동안 살면서 보고 들어왔던 것들이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만들 거에요. 폴 같은 놈이 여성들을 살해하고 다닌다는 뉴스를 본다면...당장에 거리에 여성들의 통행량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반대로, 여성을 굴복시키고 복종하게 만들려는 마음을 가진 남성의 입장에서는 살해 위협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거에요. 죽이겠다고 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고, 직접 말을 하건 몸짓을 하건 은근히 암시를 하건 상대 여성은 공격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그러면 몸과 마음이 가만히 굳어버리거나 상대를 진정시킬만한 웃음을 만들거나 하기 싫은 일이지만 무서워서 억지로 할 수도 있을 거에요. 괜히 다른 말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고,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 거구요.
생명이란 건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생명일 거에요.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을 안고 산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