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 아빠^.^ 2021. 6. 8. 16:23

정신의학자인 스캇 펙이 1978년에 출가난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에리히  프롬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spiritual growth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한다. 사랑은 사랑하려는 의지가 발현될 때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랑은 의도와 행동을 모두 필요로 한다. 여기서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뜻이다. 아무나 다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려는 ‘의지’를 갖고서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스캇 펙의 정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사랑을 하게 되어 있다는 널리 퍼져 있는 생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애정affection이 곧 사랑은 아니다. 애정이란 사랑을 이루는 한 요소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애정 외에도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헌신, 솔직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대부분은 사랑에 관해 잘못된 정의를 배우면서 자란다. 즉 사랑이란 하나의 특별한 감정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깊이 빠지면 그 사람에게 몰두하게 된다. 모든 감정과 정서를 상대에게 쏟아붓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투자하는 현상을 ‘카섹시스cathexis’라고 부른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사람과 강력한 감정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학대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카섹시스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믿는다. - 35

 

-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책읽는수요일, 2018

카섹시스?

그런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어쨌거나 제가 많이 그러고 산 건 같아요. 

 

훅 빠지고, 모든 걸 쏟아 붓고, 그러다 좀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고...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면서 베르테르의 마음이 잘 이해되더라구요.  

https://youtu.be/UP17X1BrZpE

사랑이라고 하면 당연히 순식간에 쑤욱 빠져야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고, 생각이 많으면 사랑하지 않는 거고...뭐 그런 식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좀 더 성숙한 인간이었으면 어땠을까,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정말로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길은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생각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그래요. 

 

낭만적이고 애틋하고 열정은 쏟는 그런 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지금도 영화를 보거나 할 때 그런 느낌이 들면 두근거리기도 하고 참 좋아요.

 

다만 아쉬운 건 낭만과 열정만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깊이 생각하며 노력할 줄 알았더라가면...설사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 같아요

<빨간머리 앤>의 앤과 다이애나

'그까짓 거 뭐 별 거 있겠어?'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되는 거 아냐?'

'찌~인한 느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가 아니라

 

소중한만큼 많이 배우고 생각해야 하고

내 마음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닿으려고 해야 할 것이고

어린 나무가 큰 숲을 이루듯 세월을 두고 성장하려 하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6lmgWzrGwf4

https://youtu.be/CDQ2tn1Ji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