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얼까
정신의학자인 스캇 펙이 1978년에 출가난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에리히 프롬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spiritual growth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사랑은 실제로 행할 때 존재한다. 사랑은 사랑하려는 의지가 발현될 때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랑은 의도와 행동을 모두 필요로 한다. 여기서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뜻이다. 아무나 다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려는 ‘의지’를 갖고서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스캇 펙의 정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사랑을 하게 되어 있다는 널리 퍼져 있는 생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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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affection이 곧 사랑은 아니다. 애정이란 사랑을 이루는 한 요소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애정 외에도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헌신, 솔직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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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사랑에 관해 잘못된 정의를 배우면서 자란다. 즉 사랑이란 하나의 특별한 감정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깊이 빠지면 그 사람에게 몰두하게 된다. 모든 감정과 정서를 상대에게 쏟아붓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투자하는 현상을 ‘카섹시스cathexis’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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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신이 어떤 사람과 강력한 감정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학대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카섹시스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믿는다. - 35
-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책읽는수요일, 2018
카섹시스?
그런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어쨌거나 제가 많이 그러고 산 건 같아요.
훅 빠지고, 모든 걸 쏟아 붓고, 그러다 좀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고...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면서 베르테르의 마음이 잘 이해되더라구요.
사랑이라고 하면 당연히 순식간에 쑤욱 빠져야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고, 생각이 많으면 사랑하지 않는 거고...뭐 그런 식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내가 좀 더 성숙한 인간이었으면 어땠을까,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정말로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길은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생각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그래요.
낭만적이고 애틋하고 열정은 쏟는 그런 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지금도 영화를 보거나 할 때 그런 느낌이 들면 두근거리기도 하고 참 좋아요.
다만 아쉬운 건 낭만과 열정만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깊이 생각하며 노력할 줄 알았더라가면...설사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까짓 거 뭐 별 거 있겠어?'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되는 거 아냐?'
'찌~인한 느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가 아니라
소중한만큼 많이 배우고 생각해야 하고
내 마음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닿으려고 해야 할 것이고
어린 나무가 큰 숲을 이루듯 세월을 두고 성장하려 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