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삶.사랑.평화

감각과 감정이 되살아나는

순돌이 아빠^.^ 2021. 6. 21. 15:46

아, 하지만 이젠 다 끝났어. 난 여기 있어. 살아남았어. 그리고 내 딸이 집으로 돌아왔지. 이제 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어. 그애도 여기서 보고 있으니까. 헛간 사건 이후로 나는 세상을 보지 않았지. 하지만 이제는 아침에 화덕에 불을 피울 때면, 태양이 그날을 위해 뭘 하는지 보려고 창밖을 내다보곤 해. 수돗가의 펌프 손잡이를 먼저 비출까, 아니면 꼭지를 비출까? 풀밭이 회녹색인지 밤색인지 아니면 무슨 색인지 봐. 왜 베이비 석스가 말년에 색깔만 생각하고 살았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겠어. 그전까지는 즐기는 건 고사하고 색깔들을 제대로 바라볼 틈이 없었던 거야.

하지만 붉은색까지는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 이해할 수 있어. 붉은색이라면 나랑 빌러비드가 끝장을 냈으니까. 사실 그 붉은색이랑 빌러비드의 묘비에 감돌던 분홍빛이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색깔이야. 이제는 나도 색을 찾아볼 거야. 우리 앞에 어떤 봄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봐! - 330

 

-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문학동네, 2018

눈에게 봤냐고 물으면 봤다고 할 거에요

마음에게 봤냐고 물으면 못 봤다고 할 거에요

 

귀에게 들었냐고 물으면 들었다고 할 거에요

마음에게 들었냐고 물으면 못 들었다고 할 거에요

 

너무 아프거나

너무 두렵거나

너무 답답하거나

너무 미안하면

 

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분명 귓가를 스쳤는데도 무슨 소리인지 느껴지지 않아요

 

무언가를 즐기거나 바라본다는 것도 잊고

무언가를 꿈꾸거나 희망을 갖는다는 것도 사라져버리지요

 

그러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거나 안심되거나 하면

어? 이 꽃들이 여기 있었네

아! 저 새소리 좀 들어봐 하면서

감각과 감정이 되살아나게 될거에요

 

<이 구역의 미친 x> 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