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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 <들오리>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1. 9. 19. 09:53

마음이 쿵하는 희곡이었습니다. 만약 연극으로 봤다면 그 의미를 죄다 알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순간 순간 스치는 그 느낌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글로 읽으니 찬찬히 그 의미가 더 다가오는 것도 같구요. 

 

그레게스를 보면서 제 모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얄마르를 보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참…

 

헤드비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구요. 이 글에서 제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린 게 헤드비에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복과 즐거움을 꿈꾸면서도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고통 받고 있을지도 싶고…

 

헨리크 입센의 글은 뭔가 길게 주절주절 말하지 않는데도 사람의 심장을 쿡 찌르는 뭔가가 있어요.

쿡 찔린 1인으로 감사드립니다. 

헨리크 입센, <들오리>, 동서문화사, 2016

 

그레거스

자네가 독이 든 진창 속에 빠져 있는 건 사실이네, 얄마르. 자넨 잠행성 질병에 걸려 있어. 그래서 자꾸만 물속으로 파고드는 거네. 어둠 속에서 죽으려고

조만간 내가 재기시켜 줄 테니까. 나도 내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그 정도는 똑똑히 안다고 - 298

 

그레거스

(식탁에서 일어서서) 제가 말한 악취는 통풍 정도로는 빠지지 않습니다.  - 303

 

그레거스

제가 생각하는 건 얄마르 엑달의 눈을 뜨게 해주는 일입니다. 자기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하니까요

베를레

넌 끝내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엑달을 끌고 갈 생각이구나?

그레거스

제 사명을 다할 겁니다. 그뿐입니다. 

렐링

확실히 말씀드리자면요, 부인. 급성 ‘정의正義병’입니다. - 304-307

 

렐링

(그레거스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당신, 대체 이 집에서 뭘하려는 수작이오?

 

그레거스 

진짜 결혼 생활의 기초를 닦아 주려는 거지요. - 315-316

 

헤드비

(소파에 엎드린 채) 아, 죽는 편이 낫겠어요!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죠? 

나, 아빠가 왜 저러시는지 알아요. 제가 아빠의 친딸이 아닌 거죠? - 327

 

렐링

그렇다면 말하지만, 당신 병은 복잡해. 먼저, 그 성가신 정의감. 거기에 더 난처한 것은, 당신은 영웅 수배라는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기 쉽다는 거요. 당신은 뭔가 숭배할 대상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지. - 333

 

렐링

미안합니다만, 당신의 운명이란 게 대체 뭐죠?

그레거스

(나가려다가) 식탁에 앉은 열세 번째 사람이 되는 일이죠. -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