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맥베드
이 비참한 꼴 좀 보지!
…
맥베드
한 녀석은 “신이여, 자비를!” 하고 외치고, 또 한 녀석은 “아멘!”이라고 했소. 이 사형집행인 같은 피 묻은 손을 한 나를 보고나 있는 듯이. “신이여 자비를!”하는 그 공포의 부르짖음을 듣고도 나는 “아멘!”이라고 하지 못했소.
…
맥베드
하지만 왜 “아멘”이라고 하지 못했을까? 나야말로 신의 자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인데, “아멘!” 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소.
맥베드
누가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구려. “이젠 잠들지 못하리라! 맥베드는 잠을 죽여 버렸다”고…아, 천친난만한 잠, 고민으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 주는 잠, 하루하루 삶의 종착역인 잠, 노고를 씻어 주는 잠, 상처난 마음의 영약인 잠, 자연이 베푸는 제2의 생명, 인생의 향연에 제일 중요한 자양분인 잠을 말이오. - 385, 386
맥베드
저지른 죄를 인식하느니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멍청히 잊고 있는 게 낫지. - 388
시녀
저렇게 늘 손 씻는 시늉을 하신답니다. 15분 가량이나 계속하는 경우도 있어요.
…
맥베드 부인
지워져라, 이 망할 흔적 같으니! 지워지라니까! 하나, 둘, 2시다. 이제 단행할 시간이다. 지옥은 컴컴하기도 하구나!...하지만 그 늙은이가 그토록 피가 많을 줄이야 누가 생각인들 했겠어요?
…
이제 이 손은 도저히 말끔하게 씻어지지 않는단 말인가?
…
아직도 피비린내가 나는구나. 아라비아의 온갖 향수를 가지고도 이 작은 손 하나를 말끔히 씻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아, 아, 아!
시녀
온몸에 여왕의 권위를 다 가진다 해도, 가슴에 저런 탄식을 갖는 건 싫어요. - 429
시의
네, 병환이라기보다는 격심하고 괴로운 망상에 사로잡혀 안식을 얻지 못하시는 듯이 보입니다.
맥베드
그러니 그것을 고쳐 달라는 거요. 그래, 그대는 마음의 병은 치료하지 못한단 말이오? 뿌리 깊은 근심을 기억에서 뽑아내고, 뇌수에 찍혀진 고뇌를 지워 줄 수 없단 말이오? 상쾌하고 감미로운 망각의 잠라이에 뉘어서, 마음을 짓누르는 위험물을 답답한 가슴에서 없애줄 좋은 약이 없단 말이오?
시의
그것은 환자 스스로 치료해야 합니다. - 433
- 셰익스피어, <맥베드>, 동서문화사
권력을 차지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맥베드와 그의 부인
권력을 차지 했으나 그날로부터 쉽게 잠들지도 못하고 죄책감을 떨쳐버리지도 못하는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