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 아빠^.^ 2022. 9. 12. 11:47

영화 <북샵>에서 바이올렛은 플로렌스를 괴롭힙니다. 플로렌스가 오랫동안 살던 집에 책방을 여니까, 거기에는 문화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동원하고 인맥을 움직여서 결국 플로렌스가 책방을 문 닫고 마을을 떠나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나쁜 년이지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렇게 해서 바이올렛이 얻는 게 뭐지?

 

이미 높은 지위를 갖고 있고 큰 저택과 넓은 땅까지 있는데 그 조그만 책방과 별 힘도 없는 플로렌스를 조져서 뭘 얻을 수 있을까요?

 

플로렌스가 책방을 운영한다고 해서 누가 바이올렛의 명예를 갉아먹는 것도 아니고, 플로렌스가 책방을 문닫는다고 해서 지가 천국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사람을 동원하고 인맥을 움직이느라 돈을 쓰고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썼지요.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신경이 곤두서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거구요.

게다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하던 브런디쉬에게는 욕만 처먹었지요. 자신이 만나자고 하면 거절하면서, 플로렌스의 일에 직접 나서는 걸 보고 질투심을 느끼거나 열을 받기도 했을 거구요. 

 

그러면 그 짓을 왜 하는 걸까요? 무엇이 별다른 이익이 없어 보이는 일에 바이올렛이 그토록 매달리게 만들었을까요?

프란스 드 발의 <정치하는 원숭이-침팬지의 권력과 성>에는 침팬지 사회의 지배와 권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권력을 쥐고 있고 다른 침팬지를 지배할 수 있는 침팬지는 먹을 것을 더 먹을 수 있고, 섹스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지요.

 

지배하는 자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의 98%가량을 공유하고 있다더라구요. 그렇다면 인간도 <정치하는 원숭이>의 얘기처럼 지배를 통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물론 바이올렛이 ‘플로렌스를 지배함으로써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뇌의 활동이나 심리적인 과정 대부분은 인간이 의식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니까요.

 

오히려 지배하고 통제하고 싶은 마음, 또는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싶고 그렇게 되지 않을 때 열받는 것은 어느 만큼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의식되지 않는 생존과 번식 추구, 그리고 그나마 아주 조금 의식할 수 있는 지배와 통제의 욕망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이익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롭고 보탬이 되는 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면 바이올렛이 플로렌스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을 통해 얻는 것 또는 이익이 있을 수 있겠네요

 

바이올렛에게 당장은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땅이 넓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나 성취감 같은 게 있겠지요. 

 

내게 금전적인 손해가 오고 평판이 나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또 다른 심리적 이익을 얻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그만하라고 말리는대도 그 못된 짓을 멈추지 않는 걸테구요.

 

자신에게 오직 손해만 있고, 이익이라고는 없는데 그런 행동을 할리 없잖아요. 

플로렌스의 표정이나 말하는 모습이 참 좋아요. 그는 책을 읽으며 깊이 느끼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선한 마음으로 대하지요.

 

지배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교류하면서도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다는 걸 느낍니다. 플로렌스의 삶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