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때문에 울었다
1. 모짜르트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C Major를 배우는 중이에요. 샘이 1악장 중간 부분을 연주하시면서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설명을 하세요.
샘 : (피아노를 연주하시면서) 자 여기는 인생의 큰 시련이 왔어요...여기는 앞의 것만큼은 아니어도 또다른 시련이 온 거에요...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럽고 갈등이 일어나요...그러다~~~자 여기부터는 다시 편안해지는 거에요...
순돌이아빠 : ......
샘 : 괜찮으세요?
순돌이아빠 :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눈물 나요...삶의 여러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샘 : (자리에서 일어나며) 휴지 가져올게요
순돌이아빠 : 괜찮아요...휴...
거의 비슷한 음들이 이어져도 b 하나 붙고 아니고는 참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내 삶에서 그 일이 있었던 것과 아닌 것이 큰 차이듯이.
2. 바흐
바흐의 인벤션 2번 c minor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샘이 앞의 몇 마디를 치면서 말씀을 하세요.
샘 : 자 여기 에스프레시보라고 되어 있으니...여기 도 파 라 살려야겠죠...자 여기서는 오른손의 멜로디를 왼손이 받으니...
여기까지 이렇게 마무리 하시구요
순돌이아빠 : ......
샘 : 괜찮으세요?
순돌이아빠 :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눈물 나요...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요
샘 :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죠...휴지 가져올게요
순돌이아빠 : 괜찮아요...(악보집 앞장을 펼치며) 인벤션 1번 C Major도 아름다운데 c minor로 오니 마음이 진짜...
샘 : (휴지를 피아노 위에 올려 놓으시며) 맞아요...정말 아름다워요.
순돌이아빠 : 음반으로 듣던 거랑은 정말 달라요
샘 : 그래 맞아요
3. 아름다운 것들이
샘이 옆에 있고 수업중이라 마음껏 눈물을 흘리지는 못해도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면 괜히 속이 좀 후련해지는 느낌이에요.
뭐랄까..정화? 같은 거?...
예전에 한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할 때였어요. 연주가 한창 진행중인데...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어요.
맺히고 쌓인 것들이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어요. 없는 실력을 억지로 짜내서 겨우우우 진도를 따라가려면 정말 가랑이 찢어져요.
샘은 자꾸 어차피 피아니스트 될 거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편안하게! 하라고 하면서...또 한 음 한 음 어찌나 세세하게 이렇게 저렇게 연주하라고...미안하지만 자기는 그런 게 자꾸 귀에 거슬려서 어쩔 수 없다며...
여러 개의 음을 동시에 눌러도 그게 따로 따로 다 들린다며 모든 음을 다 살려서 내라고 하니...샘을 원망할 수도 없고 ㅋㅋㅋ
당해보지(?) 겪어보지(?)...아무튼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거에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계속 배우게 되는 건 짧지만 어느 순간 순간 느끼는 감동 같은 게 있기 때문일 거에요.
해본 사람은 알겠지요 ^^
인터넷으로 듣는 것과 연주회에서 듣는 거, 그리고 직접 피아노 옆에서 듣는 거는 많이 달라요.
또 잘하건 아니건 내 손으로 직접 건반을 눌러서 듣는 소리에서 오는 감동은...뭐랄까...아무튼 달라요.
남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지만, 가령 쇼팽의 녹턴 2번을 제 손으로 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울컥한다니깐요. 잘 치고 못 치고 하고는 관계 없는 것 같아요.
워낙 곡이 아름다우니 어느만큼만 비슷하게 건반을 눌러도...
요즘 하늘빛이나 저녁노을이 정말 예뻐요.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탁 트이는 것 같고 숨도 하~~~ 크게 쉬게 돼요.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를 숨쉬게 하고
우리의 눈동자를 적셔주기를
아직 채 눈 뜨지 못한 이들에게조차
https://youtu.be/xFTvjRpaU38?list=RDxFTvjRpaU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