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한 인간이 인류에게 준 선물
1.
아침에 로저 노링턴Roger Norrington의 지휘하고 London Classical Players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틀었습니다.
1악장 초반부터 뭔가 힘차게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심장을 두근 쿵쾅거리게 만듭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인 줄 뻔히 알고 틀었고,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오늘은 또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2.
피아노 학원에 갔습니다. 한 켠에서 연주 소리가 들려옵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한 부분을 피아노로 혼자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한 곡인가 봅니다. 유튜브에 보니 누군가 비슷한 곡을 연주한 영상이 있네요.
피아노를 배운지 오래지 않은 사람도 베토벤의 곡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거 같습니다. 짧고 음표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만으로도 사람을 약간 흥분시키더라구요.
3.
100세가 넘은 한 할아버지가 스스로 삶을 마감할 것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에게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어떤 의미였기에 삶의 마지막 순간과 함께 했을까요?
이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저 또한 그 순간이 오면 같은 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
그동안 여러차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직접 연주회장에서 들었습니다. 여러차례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한 곡을 듣기 위해 여러번 연주회에 갔다는 얘기지요.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특히 연말이 되면 그 곡을 듣기 위해 여러 사람이 연주회를 찾지요.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 <명연주 명음반>도 중요한 날이 되면 어김없이 그 곡을 틀더라구요.
5.
베토벤이라는 한 인간이 우리 인류에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한 사람이 쓴 하나의 곡인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큰 감명을 받고 용기를 얻고, 감동으로 가슴이 찌릿함을 느낍니다.
베토벤 같은 사람이 저와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졌고, 또 남들이 하기 어려운 엄청난 노력을 쏟았기에 이런 곡을 쓸 수 있었겠지요.
그 덕분에 우리는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듣고 또 듣게 된 거구요.
6.
저 같은 사람이야 베토벤과 비교할바가 없으니 인류에게 그와 같은 선물을 남길 일도 없고, 그러겠다는 의지도 없습니다. 가당찮은 일이지요 ㅋㅋㅋ
다만 베토벤이 저에게도 준 선물을 받고 듣고 느끼며 생각합니다.
큰 선물을 남기지 못할망정 나쁜 짓이라도 적게 하자
그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아주 작으나마 뭔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거나 기쁨을 줄 수 있는 걸 하자
받은 게 있으면 내어놓는 것도 있어야 할 것이니
기쁘게 받은만큼 소중한 마음 감사히
베토벤과 그의 음악을 통해 제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되짚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