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후회와 새로움
오늘 아침엔 살림 아슈카르Saleem Ashkar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을 들었어요.
1악장
https://youtu.be/eazxRfav7Jo?list=OLAK5uy_m7CH93B2gDcN8pdnrryPC04Spda1DRlJ8
활기차고 열정이 넘치던 저의 청춘 시절이 생각나더라구요 ^^
영화 <스물>이나 <바람> 같은?
참 많이도 몰려다니고 사고도 치고 우당탕탕 거렸지요 ^.^
거침이 없어요. 가로막힌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구요.
더 높은 곳으로, 더 강한 힘으로. 더더더~~~~
2악장
https://youtu.be/bg-WKmjAT_Q?list=OLAK5uy_m7CH93B2gDcN8pdnrryPC04Spda1DRlJ8
그렇게 열정의 시간을 보내다 어느날 문득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도대체 그동안 뭔 짓을 하며 살았는지 싶고, 그짓거리 하려고 그리도 악다구니를 쓰고 망나니처럼 그랬나 싶기도 하고.
후회의 마음이 참 많이 들더라구요. 제 자신이 인간 쓰레기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제가 가진 악보에 보면 베토벤 소나타 7번 2악장 시작 부분에 grave라고 적혀 있어요. 엄숙함, 장엄함 등의 뜻이기도 하고 무덤이라는 뜻이기도 하네요.
King Crimson의 <epitaph>(묘비명)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3악장
https://youtu.be/ox4KZ0Uv5sw?list=OLAK5uy_m7CH93B2gDcN8pdnrryPC04Spda1DRlJ8
후회의 시간이 지나다보면, 어느날엔 새로움의 시간이 찾아오기도 해요.
많은 것들이 빛나고 많은 것들이 활기찬 시간이지요.
열정의 시간도 있고, 후회의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새로움의 시간도 있는 거겠지요.
4악장
https://youtu.be/LbmBZwGuUzU?list=OLAK5uy_m7CH93B2gDcN8pdnrryPC04Spda1DRlJ8
4악장은 3악장과 끊어진 것이 아니라 왠지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새로움의 시간을 지나, 이제 안정의 시간이에요.
안정이라는 것이 정체되어 있거나 변화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후회와 새로움을 품은채 안정되는 거지요.
겉모습은 고요해 보여도 그 속은 우렁찬 바다와 비슷하다고 할지…
이제는 열정이라고 해서 막 아무렇게나 날뛰지 않아요. 스스로를 조절하면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후회라고 해서 자신을 막 비난하고 책망하지만은 않아요. 여전히 무거운 마음으로 되짚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해요.
새로움이라고 해서 마냥 들뜨지만도 않아요. 충분히 즐길 줄 알고, 충분히 기뻐할 줄도 알아요. 그리고 그 새로움을 막 드러내놓고 흩뿌리는 게 아니라 가슴에 고이 품는 거지요.
겨울 냇가에 가면 물이 얼어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에는 물결이 흐르고 있고 물고기들이 살고 있지요.
멈추어 있는 것 같은 것 속에
흐리고 있고 꿈틀거리고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