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휴머니즘 /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 이후
지 난 3월17일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반전 떼거리 데모질이 벌어졌습니다. 두 곳 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멈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데모질에서 사용되었던 선전물을 잘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식민점령을 멈춰라’라고 하면서 ‘아이티’라는 이름이 등장한 거죠.
‘아 이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말이죠. 그러니 아이티가 노예 해방 혁명으로 독립을 쟁취했다가 지금은 미국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역사의 과정에서 민중들이 선출해 여러 차례 대통령이 되었다가 국내외 우파들의 쿠데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아리스티드라는 인물은 더더욱 알 길이 없구요. 이 책은 아리스티드가 아이티의 역사와 가난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 등에 관해 쓴 몇 편의 글을 묶은 것입니다.
1982 년 국제기구는 아이티의 농민들에게 돼지가 병들었으니 그 질병이 북쪽의 다른 나라로 퍼지지 않게 도살해야 한다고 단언했습니다...13개월 동안 크리올 돼지들은 모두 도살되었습니다...2년 후 미국의 아이오와에서 크리올 돼지보다 더 낫다는 새 돼지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돼지들은 워낙 훌륭한지라 아이티 인구의 80퍼센트가 식수난에 처해 있는데도 깨끗한 식수를 먹게 해야 했고, 당시 아이티의 1인당 국민소득이 130달러인 상태에서 90달러나 하는 수입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다가 덮개가 있는 돼지우리까지 있어야 했습니다. - 31쪽, 32쪽
이 얘기를 처음 읽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기후와 음식 등에 잘 적응 되어 있는 돼지들은 모두 죽이고, 없는 살림에 돈을 더 털어먹는 허약한 돼지를 강요했으니 말입니다. 이런 것이 지금 IMF니 세계은행이니 하는 기구들이 하고 있는 짓거리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 잘 살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미끼로 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소수 부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거죠.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똑똑하면 공식 교육 과정을 전혀 밟지 못한 사람이 3층짜리 건물을 건축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아리스티드의 말처럼 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필요한 집과 일자리, 학교 등록금을 대 줄 만큼의 돈은 없습니다만, 우리 모두가 응당 받아야만 할 존경과 존엄으로 서로를 대할 만큼의 인간다움은 우리에게 충분히 있습니다. - 119쪽,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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