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성.여성.가족-여러가지 1207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로하는

“어디가 아파요?” 엄마가 물어요 “거기, 여기, 저기, 여기” 아빠가 말하며 훌쩍거려요. 엄마는 아픈 곳마다 흰 손수건을 감아 줘요. “잘할게” “약속하마” 아빠가 수만 개의 눈물로 부서져 내려요. 모두 아빠를 감싸 안아야 해요. 안 그럼 아빠는 말라 버리고 말 거예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에 보면 아빠는 고개를 숙이고 있고 엄마는 붕대를 감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는 아빠를 껴안고 있어요. 금방까지 난리를 부리고 난동을 부렸는데도 말이에요. 이 또한 저는 어느만큼 공감할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차라리 길다가 강도를 만났다고 하면 상황은 오히려 단순해요.그런데 가족으로 얽히고 섥혀 지내다보면온갖 감정들이 서로 엉켜 있어요.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구요. 그러니 조금 전까..

계속해서 반복하는 폭력

아빠는 앵그맨이 지나간 자리를 보았어요. 그릇들은 깨지고, 벽에는 흠집이 패고, 문짝은 부서졌어요. 아빠는 엄마를 보았어요. 그리고 아빠 손 안의 앵그리맨을 들여다봐요. …. “다시는 화내지 않을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하마” 아빠는 지난번에도 이렇게 말했어요. 지지난번에도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00아, 아빠가 다시는 안 그럴게 제가 여러번 들었던 얘기에요 여러번 들었다는 건 그 같은 일이 멈추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했지만 어느날 저는 아빠가 깨부순 유리창 파편을 치웠고 또 어느날은 박살난 텔레비전 부스러기를 치웠고 그리고 어느날은 아빠가 술 먹고 우웩 토 해놓은 것을 치웠지요 지금도 느껴지는 그 시큼한 냄새 덩어리들을 걸레로 닦고 치웠고 밤..

아빠가 엄마를 죽이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

“보이, 얼른 자라” “엄마, 엄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라니까!” 엄마는 가위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하지만 보이는 잘 수가 없어요. 벽 너머로 다 들리는걸요. “엄마, 우리 엄마. 앵그리맨이 엄마를 데려가면 안 돼요” … 불길 속에서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엄마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저도 다 기억하진 못해요 어릴 때의 일이기도 하고 너무 무서웠던 일들이라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구요. 에 보면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있고 꼬마 아이가 벽에 붙어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온 신경이 엄마 아빠가 있는 방으로 쏠려요 그러니 잠이고 뭐고 잘 수가 없지요 큰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 못 자고 조용하면 혹시 엄마가 죽..

엄마가 두들겨 맞고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아이

거실에서 불이 나요. 앵그리맨이 타오르고 있어요. 불길 속에 언뜻언뜻 엄마의 모습이 보여요. 가엾은 엄마, 엄마는 너무나 작아 보여요.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앵그리맨은 집보다도 크고, 산보다도 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커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작고 힘없는 아이가 무얼 할 수 있겠어요 크고 힘세고 소리지르고 때려부수도 있는 아빠한테. 제가 한 거는 울면서 매달리고 엄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것 밖에...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나네요 눈물나요. 아빠를 붙들고 제발 살려달라고 했던 그때 그 아이. 그게 나에요. 지금 같으면요? 일단 말려보고 그래도 안되면 의자라도 들어서 아빠를 내리치겠죠. 그때는 없던 힘을 지금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보호하려 애쓰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엄마가 보이를 데리고 보이 방으로 들어가요. 앵그리맨이 따라와요. “가만히 방에 있으렴” 엄마는 점점 커지고 강해지더니 앵그리맨 앞에 우뚝 서요. 길목에 서서 정지 표지판이 돼요. 하나의 벽이 돼요. … 그만해 제발 그만!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지금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소리치고 부탁하고 하소연하고 있을까요

너무 무섭고 떨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방이 사방에서 벽 쪽으로 주여들어 와요. 천장마저도 숨을 죽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엄마는 그 말만 계속해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나의 엄마도 그랬을까요 비명 소리도 크게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두들겨 맞고 피를 흘렸던 엄마 얼마나 무서웠을지...

피해자가 자신을 숨기고 없는 존재인 것처럼 하려는

아빠 제발 앵그리맨이 못 나오게 해 주세요. 못 오게 해 주세요. 착해질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숨도 안 쉴게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이 마음도 제가 잘 알 것 같아요 정말 뭐라도 하고 싶은 거에요 너무 무섭고 떨려서 만약 아빠가 화가 난 게 조금이라도 나 때문이라면 그냥 내가 없어지거나 숨을 쉬지 않기라도 할테니 제발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때리고 잡안 살림을 때려부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에요

피해자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뭘 잘못 말했나? 보이는 고개를 파묻고 마음속으로 생각해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이 작가가 자신이 이런 읽을 겪었던 건 아닌지 묻고 싶네요 아니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쩜 이렇게 잘 아는지. 참 신기(?)하죠? 가해자가 화가 나 있는 것 같으면 피해자가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생각한다는 게. 제가 그랬거든요. 너무 무섭고 긴장되는 이 순간에서 어서 벗어나려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방법을 찾으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으니 피해자가 자기한테서라도 그 원인을 찾으려고 했던 걸까요 긴장과 두려움의 시간이 계속 유지되느니 차라리 귀싸대기 한 대 맞고 끝내고 싶은.

폭력의 피해자들이 함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엄마는 보이를 무릎에 앉혀요. 엄마는 뭔가를 중얼거려요. 쉿, 엄마도 말을 해선 안 돼요. 엄마는 보이를 꼭 끌어안아요. 보이의 다리가 떨려요. … 엄마는 보이를 꼭 끌어안고 손으로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요 시계 종이 백 번이나 칠 때까지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이 부분은 저의 경험과 달라요. 아무도 저를 위로해 준 적이 없거든요 안아준 적도 쓰다듬어 준 적도 괜찮다고 말을 해 준 적도 없거든요 만약 누군가 저를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이라도 해줬다면저는 좀 더 다른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고 엄마를 원망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엄마의 잘못도 아니고그때는 엄마 혼자도 버티기 너무 너무 힘들었을 거니까요.수십년이 지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