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앵그맨이 지나간 자리를 보았어요.
그릇들은 깨지고, 벽에는 흠집이 패고, 문짝은 부서졌어요.
아빠는 엄마를 보았어요.
그리고 아빠 손 안의 앵그리맨을 들여다봐요.
….
“다시는 화내지 않을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하마”
아빠는 지난번에도 이렇게 말했어요.
지지난번에도요.
- 그로 달레, <앵그리 맨>, 내인생의책
00아, 아빠가 다시는 안 그럴게
제가 여러번 들었던 얘기에요
여러번 들었다는 건 그 같은 일이 멈추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했지만
어느날 저는 아빠가 깨부순 유리창 파편을 치웠고
또 어느날은 박살난 텔레비전 부스러기를 치웠고
그리고 어느날은 아빠가 술 먹고 우웩 토 해놓은 것을 치웠지요
지금도 느껴지는 그 시큼한 냄새 덩어리들을
걸레로 닦고 치웠고
밤새 아빠 곁에서 물 가져오라면 물 가져오고
몇시간이고 온갖 계속 욕을 해대는 것을 듣고 있었지요
그런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가방 싸서 학교에 갔지요
대문 밖을 나서면 동네 아이들이 놀리구요.
너네 엄마 아빠 어제 또 싸웠지?
지금 생각하면 싸운게 아니라 아빠가 두들겨 패고 때려부수도 난동을 부린 건데....
그때는 애들이 놀려도 그냥 아무말 못하고 학교로 갔지요.
아무도 내가 어땠는지는 묻지 않았구요.
그래선지 저는 지금도 누가 술을 먹을 상태로 저에게 말을 하거나 뭘 하는 걸 안 좋아해요
즐거운 얘기라도 술을 먹고 하는 거는 별로에요.
물론 저는 술을 마시지 않구요.
옛날에 아빠가 그랬던 것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것도 싫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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