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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를 죽이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

순돌이 아빠^.^ 2023. 8. 31. 08:38

“보이, 얼른 자라”
“엄마, 엄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라니까!”
엄마는 가위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하지만 보이는 잘 수가 없어요. 벽 너머로 다 들리는걸요.
“엄마, 우리 엄마.
앵그리맨이 엄마를 데려가면 안 돼요”

불길 속에서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엄마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요

- 그로 달레, <앵그리 맨>, 내인생의책

bbc

저도 다 기억하진 못해요

어릴 때의 일이기도 하고 

너무 무서웠던 일들이라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구요.

 

<앵그리맨>에 보면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있고

꼬마 아이가 벽에 붙어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온 신경이 엄마 아빠가 있는 방으로 쏠려요

그러니 잠이고 뭐고 잘 수가 없지요

큰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 못 자고

조용하면 혹시 엄마가 죽었나 싶어 불안해요.

 

그러니 그림속 아이처럼 웅크리고 귀를 막고 있지만

혹시라도 해서 귀를 쫑긋하고는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으려고도 해요

 

엄마가 죽었으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그런 생각을 여러번 한 걸 보면

어쩌면 엄마가 죽을 수도

아빠가 엄마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도 했던 것 같구요...

엄마가 죽고 아빠는 집을 나가고 혼자서 어떻게 살지...뭐 그런...

bbc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사랑 받고 싶어 했던 사람들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 아빠가 엄마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품고 살았던 아이가 바로 저에요.

죽음이란 게 뭔지 잘 모를 나이 때부터 죽음을 떠올리며 살았던 거지요.

 

그런 제가 건강한 정신 상태도 성장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