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얼른 자라”
“엄마, 엄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라니까!”
엄마는 가위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하지만 보이는 잘 수가 없어요. 벽 너머로 다 들리는걸요.
“엄마, 우리 엄마.
앵그리맨이 엄마를 데려가면 안 돼요”
…
불길 속에서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엄마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요
- 그로 달레, <앵그리 맨>, 내인생의책
저도 다 기억하진 못해요
어릴 때의 일이기도 하고
너무 무서웠던 일들이라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구요.
<앵그리맨>에 보면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있고
꼬마 아이가 벽에 붙어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온 신경이 엄마 아빠가 있는 방으로 쏠려요
그러니 잠이고 뭐고 잘 수가 없지요
큰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 못 자고
조용하면 혹시 엄마가 죽었나 싶어 불안해요.
그러니 그림속 아이처럼 웅크리고 귀를 막고 있지만
혹시라도 해서 귀를 쫑긋하고는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으려고도 해요
엄마가 죽었으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그런 생각을 여러번 한 걸 보면
어쩌면 엄마가 죽을 수도
아빠가 엄마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도 했던 것 같구요...
엄마가 죽고 아빠는 집을 나가고 혼자서 어떻게 살지...뭐 그런...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사랑 받고 싶어 했던 사람들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 아빠가 엄마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품고 살았던 아이가 바로 저에요.
죽음이란 게 뭔지 잘 모를 나이 때부터 죽음을 떠올리며 살았던 거지요.
그런 제가 건강한 정신 상태도 성장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성.여성.가족 > 성.여성.가족-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로하는 (0) | 2023.08.31 |
---|---|
계속해서 반복하는 폭력 (0) | 2023.08.31 |
엄마가 두들겨 맞고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아이 (0) | 2023.08.31 |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보호하려 애쓰는 (0) | 2023.08.31 |
너무 무섭고 떨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0) | 202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