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성.여성.가족-여러가지 1207

무섭고 긴장해서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실에 뭔가가 도사리고 있어요. 집 안에 뭔가가 숨어 있어요. 아빠예요. 보이는 숨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들어요. 꼭 쥔 손이 아파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해요. 몸은 보이의 말을 듣지 않아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이 기분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것은 물론이고 지금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려요. 모두 의식되지는 않겠지만 제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고 있는 거겠지요 그날 그때 그렇게 무섭고 긴장되고 두렵고 불안하고 떨렸던 순간.

지배자이자 가해자의 표정이나 기분을 살피며 눈치보는

보이가 귀를 기울여요, 거실에 누가 있네요, 아빠예요. 아빠가 말이 없나요? 아니면 기분이 좋은가요? 마음이 편안한가요? 맞아요. 지금 아빠는 편안해요. 아빠는 기분이 좋아요! … 아빠가 말이 없어요. 보이가 아빠를 쳐다봐요. 아빠가 왜 이렇게 말이 없을까요? 아빠가 피곤한가요? 졸린가요? 기분이 안 좋나요? … “쉿, 조용히 하렴” 엄마가 말해요. 보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저는 이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많이 겪었었고 느꼈었고 지금도 그 불안하고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빠의 목소리나 표정이나 말투를 살피던 때가 기억나거든요. 아마도 제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쉽게 놀라고 긴장하고 눈치보고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신체. 성. 계급

보부아르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인간이 타인의 신체적 특징에 기초한 계급, 심지어 노예 계급까지도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음을 알았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보부아르는 남성이 여성을 ‘타자’로 규정하고 자기들과 다른 계급 위상을-제2의 성을-부여했다고 주장했다. - 322 - 케이트 커크패트릭, , 교양인, 2021

개인/여성의 자유와 정치

1930년대 초반까지 보부아르는 개인이 삶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점령기 파리에서 더는 역사와 현실에 눈감을 수 없었고 정치에 눈을 떴다. - 235 사르트르는 상황이 어떻든 인간은 다양한 반응 양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보았다. 보부아르는 이렇게 반문한다. “하렘에 갇혀 사는 여성에게 어떤 유의 초월이 가능할까?” 자유로운 것(원칙적으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다르다. - 247 사르트르가 제안한 것과는 다른 자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자유에 제한이 없다는 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었다. 우리의 선택은 타자들의 선택에 제한당하고 우리 역시 그들의 선택을 제한한다. 그러므로 자유롭고자 애쓰..

여성의 독립적인 삶과 사랑

그 대신 두 사람은 풀밭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의 샘이 마르기에는 이승의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사르트르는 생제르멩레벨의 불도르 호텔에 투숙했다. 보부아르는 매일 아침 부분 가슴으로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그에게 무슨 얘기를 할까 생각하면서 풀밭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생각이 흥미롭고 영감을 준다고-심지어 희망적이라고-생각했고, 점점 더 그의 “아름답고 진중한 두뇌”에 매력을 느꼈다. - 132 사르트르가 떠난 후 보부아르는 일기에 “사르트르에게 그가 주고자 했던 시간 외에는 아무것도 더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썼다. 보부아르는 독립의 소망과 사랑을 조화시킬 수 있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고 그 꿈으로 인해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 134 1926년 초의 일기에도 “연인이 ..

여성의 경험과 삶/사회에 대한 물음

또한 시몬은 이른바 “기독교도”들이 자신을 포함한 지상의 백성들을 온당치 않게 대하는 모습도 보았다. 학교에서는 고해 신부가 시몬의 고백을 누설했다. 열여섯 살 때 생 쉴피스 성당 옆 종교 서점에서 점원에게 어떤 책을 찾아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점원은 시몬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면서 서점 뒤편으로 갔다. 시몬이 바로 옆까지 다가갔더니 그는 책 대신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보여주었다. 시몬은 바로 도망쳤지만 “참 별난 일이 예고도 없이 일어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 어린 시절 보부아르가 가톨릭에 반발한 이유는 어렵잖게 알 수 있다. 가톨릭의 가치관은 지나치게 불공평한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 방탕한 남편이 아내는 성녀 같기를 바라고 자기 희생의 이상은 여성의 고통을 거룩하게 받들었다. - 101 ..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여성

보부아르는 훗날 정치로 전향하지만 젊을 때는 사회 문제를 멀게만 느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꾸기에는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꼈던 탓도 있다. - 99 - 케이트 커크패트릭, , 교양인, 2021 여성이든 남성이든 태어날 때부터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손가락질 당하고 어릴 때부터 순종과 복종을 요구 받으며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남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나 생각, 행동이나 관습을 익히며 살아간다면 그 가운데 몇명이 자신의 자신감과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사회를 바꾸려고 할 것인가.

여성의 지적 활동에 대한 남성의 태도

시몬은 자신의 ‘지적 취미’와 ‘철학적 진지함’을 ‘미소로’ 일축해버리던 자크의 태도를 돌이켜보고 결연하게(여백에 강조까지 해 가면서) 이렇게 썼다. “ 내 삶은 단 하나뿐인데 하고 싶은 말은 많다. 그는 내 삶을 나한테서 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 자크를 사랑하면서 사는 삶이 여전히 머릿속에 그려지긴 했지만 시몬에겐 다른 남자 대화 상대가 생겼다. 소르본에서 만난 샤를 바르비에는 철학과 문학을 함께 논하면서 시몬에게 회피적인 미소가 아니라 지적 관심을 보여주었다. - 86 메를로퐁티는 자자가 처음으로 만난 지식인 남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자는 그전까지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랑 혹은 정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도 결혼으로 가족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이었다. - 96..

여성의 자유와 삶의 경험

자매의 회고록을 참조하건대 1926-1927년에 시민과 엘렌은 차츰 구혼자나 보호자 없이 하는 외출을 허락받았던 것 같다. … 시몬은 ‘에퀴프 소시알’이나 에렌의 사생화 수업에서 자기네 생각과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당당한 누드 모델들, 당황하지 않고 관찰에 열중한 학생들을 보았다. 보부아르 자매는 그 전까지 그렇게 많고도 다양한 사람을 접한 적이 없었다. - 84 - 케이트 커크패트릭, , 교양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