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참여연대가 유엔에 편지를 보낸 것을 두고 우익들이 참여연대를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국가가 하는 일에 딴 소리를 했으니 빨갱이라는 거고, 빨갱이는 때려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참 어이 없지요. 교장이 하는 말에 학생들은 두 말 하지 마라, 남편이 하는 말에 두 말 하지 마라, 사장이 하는 말에 두 말하지 마라, 목사가 하는 말에 두 말 하지 마라 식의 태도입니다. 그러다가는 통장, 반장이 하는 말에 두 말 하지 말라는 말도 나오겠습니다 그려.
그러면서 국가에서 세금 더 내라고 하면 '나라가 나한테 해 준 게 뭐 있다고 세금 더 내라고 하냐?'며 왜 딴 소리를 하십니까? 나라가 하는 일인데 왜 노무현 정부 때는 그리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라 하는 일에 반대를 하셨습니까?
그리고 머리는 모자 쓰라고 있는 거고 입은 밥만 먹으라고 있는 건가요? 사람이 생각을 하다보면 다른 이들과 다른 생각도 하게 되고,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생각하는 능력이 아주 떨어지는사람들이 잘 하는 일이 남들보고 생각도 하지 말고 말도 하지 말라고 하지요.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한다는 게 두려운 거지요.
참여연대 앞에서 온갖 난리를 피우고 계시는 군복 입은 아저씨들
제가 우리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이어서 매일 배드민턴으로 체력단련(?)을 합니다. 어제는 운동하다 잠깐 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한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할아버지 : 천안함 그거 참 큰 일이야.
미니 : 그러게요.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겠지요.
할아버지 : 참여연대가 유엔에 편지를 보냈다며
미니 : 네 저도 그 얘기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 아니 그것들 빨갱이 아냐. 우리나라에서 생긴 일이면 우리나라 안에서 해결해야지 그걸 왜 유엔에 가서 그러는 거야?
미니 : 네?
할아버지 : 국가 안보 문제에는 한 목소리 내야 하는 거 아냐? 참여연대 그것들 한국 사람 맞아?
미니 : 네? 세상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요. 서로 가진 생각을 말하고 하는 거지요.
할아버지 : 그건 그렇지만... 옛날 같았으면 저런 것들은...
미니 : 박정희 시대야 그랬겠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할아버지 : 그건 그래...
테레비 뉴스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 안보에는 너와 나, 여와 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단결해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기는 봤었는데 그 얘기를 자주 얼굴 보는 분에게서 그대로 다시 듣게 되다니...
우익들의 주장은 참 놀라운 얘기입니다. 국제기구나 유엔이 돌아가는 방식을 조금만이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안다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사회단체나 노동조합이 자국 정부와 다른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 말입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들자고 하고, G20인지 뭔지 국가간 정상회의 개최한다고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더니 겨우 이 정도도 모르나 싶지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한테 물어 보세요. 사회단체가 자국 정부와 다른 의견의 편지를 유엔에 보낸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지.
위로부터 박정희, 히틀러, 스탈린.
이들은 국가를 무오류의 완전한 신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가난한 자들의 것을 빼앗아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건네 주기 위한 국가!!!
소위 '위대한 지도자'들은 우리를 이끌어 줄 예수가 되었고,
적(악마)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아버지가 되었다.
애국가와 같은 국가는 찬송가가 되었고, 국민의례는 예배가 되었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많은 이들이 국가를 숭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가라는 주인의 말씀에 따라 움직이는 정신의 노예
국가하는 일에 두 말 하지 말라고 했던 게 박정희고 김정일이고 히틀러고 스탈린 아닌가요? 국가와 다른 생각을 말했다고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죽였던 게 중앙정보부고 비밀 경찰이고 파시스트들 아닌가요?
누군가 ‘국가 안보에 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하지요. 이 말에 대해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 안보’가 무언지 알아야 할 것이고, ‘국가 안보’가 무언지 알기 위해서는 ‘국가’가 뭔지를 알아야 하겠지요.
쉽게 말해 ‘국가란 ( )다’라는 문장에서 ( ) 안에 알맞은 말을 넣어야 하는 거지요.
국가란 과연 무엇일까요? 국가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다 나쁘다 식의 감정에 대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만약 국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에 대한 정의도 내릴 수 없고, 국가 안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두 목소리를 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겠지요.
국가가 무언지, 국가 안보가 무언지 모르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일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지요.
국가 안보에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아니면 모두 빨갱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에게 물어 보고 싶습니다.
‘국가란 ( )다’에서 (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지배.착취.폭력 > 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루자 방사능 피폭 히로시마보다 심각 (0) | 2010.07.27 |
---|---|
아프가니스탄 저항의 노래 (0) | 2010.07.17 |
빨갱이 타령 (0) | 2010.05.30 |
미국 헬리콥터, 이라크인 살해 동영상(Collateral Murder) (0) | 2010.04.08 |
사랑 (0) | 201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