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소련군이 싸우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두 저격수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타닐로프는 흔한 말로 해서 많이 배운 잘 나가는 장교입니다. 바실리는 양치기 출신의 저격수이구요. 소련군 군인으로 전장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우정을 쌓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두 사람 모두 타냐를 사랑한다는 겁니다. 타냐는 바실리를 사랑하구요. 타닐로프는 질투에 빠지지요.
질투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내가 갖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질투
먼저 질투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그를 파멸케 만듭니다. 질투에 빠진 나에게 그가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는 나에게 오직 싸우고 무찔러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그가 가졌으니 그를 무찔러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겠다는 거지요.
처음에는 사랑을 얻고 싶었지만, 이제는 사랑은 둘째 치고 그를 파멸시키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그가 가진 것을 빼앗을 수 없다면 그를 파멸시킴으로써 그도 갖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두 번째 질투는 나와 그와의 관계를 파멸로 이끕니다. 과거 둘 사이의 관계가 무엇이었든 이제 남는 것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그와 그가 가진 것을 빼앗고 싶은 나만 남게 됩니다.
타닐로프의 눈에 바실리는 더 이상 친구도 아니고 사회주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한 동지도 아닙니다. 내가 만들고 싶어 했던 타냐와의 세계를 파괴한 적일뿐입니다.
그전까지는 바실리를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는데 앞장 선 훌륭한 군인이라고 치켜세우던 타닐로프가 이제 갑자기 바실리를 배신자라고 상부에 보고 합니다. 우정과 신뢰의 관계는 끝이 나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질투는 자신마저 파멸로 이끕니다. 침략자 독일군을 무찌르기 위해 전장에 나섰지만 지금 타닐로프가 가장 먼저 무찌르고 싶은 것은 독일군이 아니라 바실리입니다. 독일군도 사회주의도 조국도 그 무엇도 타닐로프의 질투를 막지 못합니다.
사회주의 전사로서의 타닐로프는 사라지고 사랑의 적을 무찌르는 데만 골몰하는 타닐로프만 남게 됩니다.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오른 장교가 양치기 출신의 사병 앞에 초라한 몰골로 나타나는 거지요.
성찰
타냐의 죽음을 계기로 타닐로프는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바실리에게 고백합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사랑으로 충만한 자가 있고 그렇지 못한 자가 있다는 말을 남기지요.
사회주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부와 권력을 가지고 사랑을 쟁취하던 사회를 극복하고, 인간이 가진 따뜻한 감정과 서로에 대한 끌림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의 변화만으로 인간의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이나 질투의 감정까지 죄다 어찌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구조가 아니라 개인이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 큰 거지요. 사회주의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감정과 생각의 문제이기도 한 겁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욕망하기 때문에 질투하게 됩니다. 하지만 질투는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랑과 관련된 모든 것들, 심지어 자신까지도 파멸로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부셔버릴 테야~~~’하며 분노로 들끓는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타닐로프는 꿈을 위해 헌신하기도 하고 사랑과 질투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잘못된 마음을 고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흔히 그렇듯이 말입니다.
두부 좋아하시나요? 두부는 꽉 움켜쥐면 부서져 버립니다. 질투나 파괴의 욕망을 버리고 아끼고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을 더욱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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