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

순돌이 아빠^.^ 2012. 6. 4. 17:13
우리 동네에는 행신역이라는 전철역이 있습니다
날 좋은 일요일 저녁,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행신역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색소폰 동호회에서 나와 연주를 하고
시원한 바람 쐬며 여기저기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눈앞에 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 10m정도 떨어진 곳에 쓰레기통이 하나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쓰레기통을 뒤지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남들이 버린 깡통을 끄집어내 발로 밟고는
찌그러진 깡통을 들고 있던 검은 봉지에 집어넣고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깡통을 끄집어내고 밟고 넣을 때까지
약1분의 시간이 제 눈앞에서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스마트폰이 있어 실시간으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세계라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는 할아버지와 제 삶의 거리는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삶을 사는 이들처럼






'이런 저런 것들 > 스치는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포기 풀이라도  (0) 2012.06.13
전향과 구원  (0) 2012.06.04
중학생 책읽기 모임에서 읽은 책   (0) 2012.05.16
스승의 날에 만난 행복  (0) 2012.05.16
강박증. 가책. 전치  (0) 2012.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