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다보면 이리저리 흔들리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힘겨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분명히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데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나에게 해를 끼칠 것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불안한 거지요. 어떤 때는 마음이 자꾸 흔들리는 거는 같은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종잡을 수가 없을 때도 있구요.
얼마 전에 볼라벤이라는 태풍이 불었습니다. 집에 있는데 바람이 창문을 어찌나 쥐고 흔드는 지 조금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어떤 집은 혹시나 바람이 유리창에 깨부술까봐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기도 하고, 테이프 X자 모양으로 붙이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바람에 유리창이 깨어질 것이 확실하면 아예 도망을 가겠지만, 깨질지 아닐지 모르니 그저 깨지지 말라고 기도하면서 불안해 할 밖에요.
내가 만나는 사람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도 그런 게 아닐까요? 내가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알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떻게든 대처를 하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도, 이 세상도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으니 혹시라도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불안한 겁니다.
2.
우리는 몸의 건강을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을 먹고 몸에 나쁘다는 것은 먹지 않으며 이런 저런 운동도 하고 건강검진이나 치료를 받곤 합니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돈을 쓰고 그러지요.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는 어떤가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하고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라도 마음에 쌓인 슬픔과 분노를 쏟아 낼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데 살다보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때마다 폭발을 해도 해결이 되기는커녕 그저 제자리에 맴도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답답하기는 한 데 길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혼자 어디 처박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참자’ ‘언젠가는 좋아 지겠지’ 하면서 참기도 하고 해결을 미루기도 하다 보면 또 어느새 우울해지고 도대체 왜 사나 싶은 마음이 커져 버리곤 합니다. ‘인생을 짧다는데...’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데...’와 같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하구요.
이럴 때 공부를 하는 것이 마음의 길을 찾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쌓인 슬픔이나 분노는 한판 신나게 노는 것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문제나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무엇이여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쳐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3.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되레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다구요? 당연합니다.
세상에 두 가지 공부가 있다고 하지요.
첫째는 우리가 흔히 보는 학교 공부입니다. 이것은 사람과 세상을 알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시험의 답을 찾기 위한 공부입니다. 어떻게든 출제자가 의도하는 답만 찾아내면 되는 겁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세상을 알지 못하게 하거나 환상 속으로 빠트리는 공부를 시킵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사람이나 세상을 아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지요.
게다가 앎이나 지(知)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성적과 경쟁을 위한 공부는 하면 할수록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공부는 사람과 세상을 알기 위한 공부입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해 차근히 생각하고 알아 가다보면 어느 정도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되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만큼 마음의 안정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잘못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회 제도가 잘못된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행동한 경우도 있겠지요. 모르면 계속 모르는 거지만, 알면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공부가 주는 또 하나의 효과는 사람과 세상에 대해 ‘차근히’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생각하는 연습을 계속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머릿속이 뭔가 정리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동안에는 작은 일에도 당황하거나 불안해서 쉽게 멘붕에 빠졌다면 이제는 나의 마음이나 정신이 차근히,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거지요. ‘침착해져라’라고 말한다고 침착해지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자꾸하다보면 어느새 침착한 사람이 되어있겠지요.
꽃과 나무가 좋아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더니 어느새 건강이 좋아지는 것과 같다고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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