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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을 먹었습니다. 붕어빵을 먹게 되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뀌고 있나 봅니다. 계절이 바뀌어서 붕어빵을 먹게 되는 건지, 붕어빵을 먹게 돼서 계절이 바뀌는 걸 알게 되는 건지 ^^
태어나서 지금까지 몇 마리의 붕어를 먹었을까요? 음...천 마리?
제가 어렸을 때 기억은 붕어빵 하나가 10원이거나 아니면 50원 주면 몇 마리 줬던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천원 주면 3마리 줬는데...이제는 1천원에 2마리 주는 곳도 있네요 ㅠ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분은 내가 어릴 때는 붕어빵 한 개가 몇 원이었다고 하실 테고, 또 어떤 분은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1천원에 붕어 네 마리 준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붕어빵을 먹다가 문득 조태오가 생각났어요.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인물이죠. 재벌집 자식이구요.
재벌집 아들인 조태오는 붕어빵을 먹어 봤을까요? 혹시 붕어빵이란 게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까요? 혹시 붕어빵을 붕어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누구에게는 너무나 흔한 일이어서 별 달리 생각할 것도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낯선 것인지도 몰라요. 조태오가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비싼 음식만 먹었으면 붕어빵을 못 먹어 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눈 내리는 길을 종종걸음으로 걷다 붕어빵 파는 아줌마를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뜨끈뜨끈한 붕어빵을 입으로 콱 깨물어 달달한 팥의 맛을 얼른 느끼고 싶지만...뜨거워서 콱 깨물지는 못하고 호호 불면서 앞니로 살살 뜯어 먹는 그 맛! 친구들과 어울려 붕어빵을 여러 개 살 때 아줌마가 한 개나 두 개 더 끼워주면 얼마나 좋던지. ^^
조태오가 즐기는 룸싸롱이며 비싼 양주를 제가 경험해 볼 일이 없었듯이, 조태오는 제가 경험한 눈 내리는 날의 뜨끈한 붕어빵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어쩜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 사는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건 아닌지...
제가 중학교 다닐 때 같은 학교 다니던 애가 한 명 있었어요. 지금은 국회의원이 돼 있죠. 그 애 집이 엄청 부자였어요. 아침에 학교 갈 때면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학교까지 오고, 수업 마치면 기사 아저씨가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 애를 태워 집으로 갔지요. 기사 아저씨가 수학여행까지 따라오고 그랬어요.
부러웠냐구요? 전혀...불쌍했어요. 우리는 맨날 수업 마치고 이리저리 놀러다니고 그러는 데 걔는 맨날 집-학교, 집-학교 하는 것 같았거든요. 한 번은 그 애 집에 놀러갔어요. 태어나서 본 가장 큰 집이었지요. 부러웠냐구요? 전혀...그냥 신기하기만 할 뿐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그 애도 우리랑 같이 놀러 다니고 그러면 좋을텐데 싶을 뿐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걔는 붕어빵을 먹어 봤을까 싶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이 얘기도 하고 그랬지만...어쩌면 우린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베테랑>에서 정웅인은 화물차를 운전하는 기사로 나와요. 못 받은 운임을 받기 위해 조태오가 높은 자리에 있는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지요. 조태오가 화가 나서 배기사에게 도대체 못 받은 돈이 얼마냐고 해요. 배기사가 얼마라고 얘기하니까 조태오가 그깟 몇 백만 원 때문에 이러냐고 어이없어 하지요.
정말 진짜 어이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몇 백만 원이란 것이 너무나 큰돈이어서, 그 돈이 없으면 당장에 식구들 먹고 사는 게 큰 문제인 사람도 있지만...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몇 백 만원이 문제가 된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시위를 하는 이유가 몇 백만 원 때문이라는 것도 어이가 없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복소복 눈이 내린 날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길을 걷다
'어서오세요'하며 반기는 아줌마가
금방 틀에서 꺼내 건네준
뜨끈한 붕어를 두 손에 들고
호호 불어가며 맛나게 먹던 추억을
그들에게 아무리 말해줘 봐야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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