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세상 모두 돈에 미쳐 돌아가는 것 같지만

순돌이 아빠^.^ 2015. 12. 28. 09:54

 

1.

지난 토요일에 같은 동네 사는 십 여 분이 모여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수 백 명이 회원으로 있는 배드민턴 클럽이다 보니, 그 안에서도 한데 어울리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①같은 동네에 사는 ②배드민턴 치는 사람 가운데 ③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인 거지요

 

십 여 분 가운데는 주부도 있고,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전기 계량기 검침하는 사람도 있고, 택시하는 사람도 있고, 자동차 수리 하는 사람도 있고, 커피 가게를 하는 사람도 있고, 경찰도 있고, 은행 다니는 사람도 있고, 저 같은 놈도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두 분이 각각 배드민턴 공을 한 통씩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모여 운동하는 것이니 각자의 공을 쓰지 말고 자기가 사 온 것으로 하자는 겁니다. 저는 단팥빵을 사가지고 갔구요.

 

평소에도 이 분들은 월급 탔다고 밥 한 번 사고, 자식이 시험 잘 쳐서 기분 좋다고 커피 한 잔 사기도 합니다. 그냥 하는 김에 좀 더 했다며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나타나기도 하고, 낚시 가서 오징어 잡았다고 같이 먹자고 집에다 상을 차리는 분들이구요.

 

같이 밥을 먹든 술을 먹든 노래방을 가든 머리 수대로 나눠 내거나 아니면, 자기가 조금 더 내겠다고 하지 '나는 내기 싫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씀씀이가 헤픈 분들도 아닙니다. 그 분들이 무슨 명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도 없고, 근사한 호텔에서 잤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이 좋고 어울리는 게 좋아서 그러는 거지요.

 

 

 

 

http://gyinews.co.kr/ArticleView.asp?intNum=15648&ASection=001012

 

 

2.

수 백 명의 회원이 있는 배드민턴 클럽이다 보니 그 가운데는 우리가 '진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달 회비가 2만원인 데 어떻게든 안내려고 버티는 사람도 있지요. 송년회 같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게 되면 , 먹기는 하는 데 돈은 안 내려고 하는 사람도 있구요. 사람 사는 곳인데 어찌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때로는 얄밉기도 합니다. 때로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 불쌍하게도 보이구요.

 

아주 소수의 그런 사람을 빼면 대부분은 때 되면 회비 내고, 청소 시간 되면 걸레 들고 청소하고, 행사 있으면 알아서 자원봉사도 하고 그럽니다. 몇몇 진상들을 빼면 대부분은 염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챙길 줄도 알고, 나서서 일을 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지요.

 

 

3.

세상에는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이 돈과 힘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니까 크게 눈에 띄는 거지요. 언론이고 인터넷이고 맨날 그 사람들 얘기를 퍼뜨리니깐 그런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만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한 사람 한 사람뿐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사람들은 손오공이 분신불을 펼치듯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세상 곳곳에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비해 엄청 많아 보이는 거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숫자를 세어보면, 그렇게 염치 없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배드민턴 클럽에 일명 '진상'이 소수이듯이 말입니다.

 

 

 

http://impeter.tistory.com/2440

 

 

 

4.

돈에 미쳐 돌아가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제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에는 온통 그런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론이고 인터넷이고 이런 것들은 잊어버리고, 제가 직접 만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돈에 미쳐 돌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억만 장자가 돼서 돈 밖에 모르는 인간이라고 욕을 먹느니, 차라리 적당히 벌고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함께 밥을 먹을 때 내가 5천원 더 내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먹었고 내가 형편이 되니 조금 더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누군가 형편이 어렵다고 하면 내 돈을 내어서라도 도우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알 수 있게 되는 거는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것은 언론이나 인터넷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가끔 만나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우리 동네 그 분들을 통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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