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를 하는 동안 대개 잠을 자거나 조용히 젖을 물고 있던 어린 딸과 처음 몇 주를 보내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기를 돌보는 일과 집중이 필요한 일을 병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볼비-이후 시대의 영장류학자였던 내가, 내 삶을 딸에게 바치는 것 이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모순적인 충동들에 압도당했다. 그렇게 한다면 덫에 걸려드는 셈이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주받을 것이었다. 내 딸의 아버지에 대한 타오르는 적개심(내 두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으로 식별되는 곳) 역시, 부글부글 끓어오른 감정들 중 사소한 부분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의사이자 전염병 연구자였는데, 매일의 훼방 속에서 어떻게든 글 쓸 시간을 내보려고 애를 쓰고 있던 나와는 달리, 밖으로 나가 실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편이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자유롭게 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보살피게 한다면, 아기의 애착 욕구를 이해하기 이전이었던 어머니 세대의 방식으로 되돌아가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에서 성공하기를 정말로 절실히 원했다. 하지만 내 딸이 필요로 한다고 확신했던 정서적 안정감을 빼앗고 싶지도 않았다. 개인적인 야망은 내 아이의 욕구와 충돌하는 길목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에는 집요한 질문들이 잠복해 있다. 나는 나쁜 어머니이기 때문에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성공은 내 아이의 감정을 희생시킨 대가인가? - 14
- 세라 블래퍼 허디, <어머니의 탄생>, 사이언스북스, 2010
늘 그런 것도 아니고
늘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요럴 수도 있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
"너 때문에 세상이 더욱 빛나 보여"
"너 때문에 내 인생이...어쩌지..."
"아이고, 이 웃는 얼굴을 보면 너무 예뻐서 정말 콱 깨물어 주고 싶다니까!"
"아이고, 이제 제발 그만 울어라. 나도 미치겠다!"
"아이고 내가 미쳤지. 그래도 내가 엄만데..."
"아이고 정말 죽겠네.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인데..."
"이 정도로 정성을 쏟았으면 너도 이제 혼자 살아갈 수 있겠지?"
"내가 관심을 덜 쏟아서 애가 저렇게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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