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투여, 감정과 생각의 변화

변연계 연결은 감정이 제어되지 않는 사람들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애착의 힘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들도 있따. 예를 들어, 변연계 조절은 성인들의 문제성 있는 기질들을 치료하는 데에는 효과가 거의 없는 편이다. 심한 우울증 또한 관계로서 치유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종종 사회적 접촉 자체를 멀리함으로써, 유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조절 작용을 무용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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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으로 치유가 불가능할 때에는 약물 치료가 감정의 방향을 인도할 수 있다...약물을 이용하여 감정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자아의 중요한 부분을 수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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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이용하는 정신과 의사는 완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한쪽은 완강하게 절망의 불가피성, 지속적인 무기력, 피할 수 없는 슬픔, 고통, 불안, 공포, 죽음 등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한쪽은 미래의 희망을 조그만 알약으로 처방한다. - 247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약물 치료는 깊이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수면과 식욕이 돌아오고, 이전의 일탈 증상들이 서서히 회복되어 조화로운 상태를 되차아 간다. 배우자와 친구들은 단편적으로 친숙한 사람의 낌새를 알아채기 시작한다. 삶에 대한 관심이 돌아오고, 즐거움이 찾아오고, 마침내 웃는 능력이 회복된다. 잔인한 생각들이 현실성을 회복하면서 희미해지고, 암울한 생각들은 어렴풋한 통로를 따라 소리 없이 물러간다. 간밤의 악몽이 오전 중에 불쾌한 이미지만 남기고 사라지듯이, 우울병도 몇 달이 지나면 자취를 감춘다. - 251

- 토머스 루이스, <사랑을 위한 과학>, 사이언스북스, 2002

며칠 후에 세 번째 만났을 때 그는 아주 우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치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같았다(수액검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받기 위해서 진정용 할돌을 투여받았던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 도형을 그려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확하면서도 평범하게, 원래의 형태보다 조금 작게 그렸따(할돌 때문에 작은글자증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림에는 앞의 두 그림과 같은 재미와 동적인 움직임도 없었고 상상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전에는 정말 생생하게 보였는데, 치료를 받고 나니 모든 게 죽은 듯이 보여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에도, 엘도파를 투여해서 '각성'을 일으키게 한 뒤에 그림을 그리게 하면 도움이 되는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그들은 왜소하고 빈약한 데다 잎이 완전히 떨어진 겨울나무를 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엘도파를 투여해서 각성시키면 생생하고 힘이 넘치며 잎이 무성한 나무, 생기로 가득찬 나무를 그린다. 잎이 푸르디푸르게 우거지고 물오른 가지에 꽃이 만발해 있다. 심지어 잎이 갖가지 다양한 모양으로 등장한다. - 184

-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알마,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