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에 노출되면, 공포에 반응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공포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일을 돕는 등족이마앞겉질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상은 해마를 손상시킨다. 앞서 말했듯이 해마는 사람, 장소, 사물의 기억을 저장하는 데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의 자극에 반응해 기억을 회상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상을 입어 해마가 손상된 PTSD 환자들에게는 몇 가지 주요 증상들이 나타난다. 플래시백flashback, 즉 외상을 일으킨 사건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라 다시 겪기도 한다. 또 원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감각 경험을 회피하며, 정서적으로 무뎌지고 사람들을 꺼리며, 짜증을 잘 내거나 쉽게 흥분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수면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 장애는 으레 우울증과 약물 남용이 수반되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앞서 보았듯이,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그것을 촉발하는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이 상호작용의 완벽한 사례다. 외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이들이 모두 PTSD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100명이 동일한 외상 사건에 노출된다고 할 때, 남성은 약 네 명, 여성은 약10명이 그 장애에 걸릴 것이다(과학자들은 외상 스트레스를 겪은 남성이 PTSD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낮은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일란성 쌍둥이 연구는 어느 한쪽이 외상 사건을 통해 PTSD에 걸리며, 다른 한쪽도 그 외상에 반응해 PTSD에 걸릴 것이라고 시사한다. 이런 발견은 그 장애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하나 이상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이 점이 PTSD가 다른 정신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그토록 많은 이유도 설명해 줄지 모른다. 공통적으로 관련된 유전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PTSD의 또 한 가지 주된 원인은 유년기 외상이다. 어릴 때 외상을 겪은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PTSD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환경에 반응해서 일어난 분자의 변화는 유전자의 DNA를 바꾸지는 않지만, 그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271-273
- 에릭 캔델, <마음의 오류들>, 알에이치코리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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