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어느정도 준비해놓고 재활용품을 버리러 나갔어요. 대문을 열고 나서는데...눈이 엄청 왔더라구요. 그래도 겨울이니까 그런가보다 했어요.
플라스틱이랑 비닐이랑 유리병 등등을 버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종이 버리는 곳으로 갔지요. 상자 안에 담겨 있던 것들을 쏟아내고 나서, 상자에 붙어 있는 테잎을 뜯기 시작했어요. 종이 상자에 붙은 테잎은 그냥 두지 말고 떼어내서 따로 버리는 게 좋다고 해서...
오늘따라 왜 그렇게 테잎이 많이 붙어 있는지...아니면 추워서 많다고 느껴지는 건지...테잎을 떼어내는 그 사이에 손이 어는 것 같더라구요. 얼른 장갑을 끼고 싶었지만 장갑을 끼면 테잎 떼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시린 손을 참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시린 손을 참으며 분리수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순돌이가 빙글빙글 돌며 문앞에서 저를 반겨요.
아빠 어디 갔다 왔어? 보고 싶었잖아.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야. 많이 추웠지...
순돌이를 안아 줄 겨를도 없이 얼른 물을 틀어서 손을 씼었어요. 그러고 나서 잠깐 있으니 추위가 가시더라구요.
이렇게 추운 날에도
손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물이 있고
차가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집이 있고
언제나 나를 반기는 포근한 생명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