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 시즌1:5화에 보면 범인인 망할놈 폴과 경찰이자 여성인 깁슨이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망할놈 : 당신과 나, 많이 닮았어
we're very alike, you and me
깁슨 : 아닌 것 같은데
oh i don't think so
망할놈 : 힘을 얻기 위해 뭐든 하지. 뭐든지 누구든지 통제하려고 하잖아. 집착하고 가차없지.
both driven by will to power, a desire to control everything and everyone. obsessive, ruthless
극중에 보면 깁슨이 다른 경찰 올슨과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성인 깁슨이 남성인 올슨에게 먼저 제안하고, 깁슨이 주도적으로 섹스를 합니다. 올슨이 어떻게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지요. 오히려 깁슨이 올슨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이 위에서 여러가지 행동을 합니다.
망할놈이 이 장면을 봤다면 자신과 깁슨이 똑같이 힘을 갖기 위해 뭐든 한다고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섹스를 하고 싶으면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맞지만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남의 집에 침입을 하고 완력을 써서 제압하지는 않습니다. 깁슨이 직장이나 경찰 생활에서 주도적인 건 맞지만 상대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렇잖아요. 그것이 부부나 연인 관계이든, 친구나 동료 관계이든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상대를 두들겨패거나 줄로 팔다리를 묶고 목을 조르거나 그러지는 않잖아요.
망할놈이 모든 것은 끝났다며 떠나겠다고 해요. 그러자 깁슨이 말하지요.
너 같은 놈은 절대 멈추지 않아.
it's never over for someone like you.
내가 멈출 때까지 말이야.
it won't be over until i stop you.
그놈이 자기가 멈추겠다고 하니까, 깁슨이 너 같은 놈은 절대 그짓꺼리를 멈추지 못할 거라고 해요. 그러면서 니가 아니라 내가 널 멈추도록 하겠다는 거지요.
깁슨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은 사회의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될리는 없는 거지요.
라면에는 안성탕면이 있고 너구리가 있고 신라면이 있어요. 제가 먹는 라면에도 순한맛이 있고 매운맛이 있어요.
망할놈이 힘power나 통제control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놈한테는 어차피 다 똑같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망할놈이 추구하는 건 상대의 의지를 무시하고, 그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는 힘과 통제에요. 권력과 지배를 추구하는 거지요.
깁슨도 무언가를 추구하는 건 맞아요. 그리고 그것은 상대에게, 남성에게 통제되고 조종되지 않으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겠다는 거에요. 망할놈의 말처럼 힘을 갖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맞지만 집착하거나 가차 없지는 않아요.
롯데 자이언츠 야구 선수 손아섭이 내야 땅볼을 쳐놓고도 죽지 않으려고 1루까지 완전 열심히 달리는 것과 대한민국 검찰이 자기에게 대항하는 사람을 몇 년씩 감옥에 쳐넣는 것과는 다른 거지요. 손아섭은 살기 위해 열심히 달리지만 수비수를 괴롭히는 거는 아니에요. 검찰은 상대가 아주 망가질만큼 괴롭히고 제압하는 거구요.
망할놈이 깁슨에 대해 당신은 옳고 그른 관습에 묵여 있지만 난 자유롭다고 해요
망할놈 : 난 자유야.
i'm free
깁슨 : 어떻게 자유라는 거지. 넌 욕망의 노예잖아. 통제하지도 못하고. 넌 약해. 무기력하기 짝이 없지.
how are you free? you're a slave to your desires. you have no control at all. you're weak. impotent
아, 이 무슨 참 거시기한 상황인지...망할놈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해요. 그런데 깁슨은 그놈한테 넌 노예라고 하지요. 망할놈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다른 여성을 통제하려고 그짓꺼리를 할텐데...정작 깁슨은 그놈한테 넌 너 자신의 욕망조차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게다가 그놈은 강한 물리력으로 여성들을 제압하고 묶고 목을 조르는데, 깁슨은 넌 약하고 무기력하다고 해요.
강한 힘을 가지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인간이 약하고 무기력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달리 생각하면 스스로 약하고 무기력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의식하든 아니든, 강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할 수도 있을 거구요. 앞에서 망할놈이 얘기 했던 것처럼 힘을 갖고 싶은 의지에 끌려다니는driven by will to power 거지요.
깁슨이 그놈한테 니가 한 짓이 무엇인지를 말해요.
그래 봤자 단순 여성 혐오일 뿐이야.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지.
it's just misogyny. age-old male violence against women.
또 희생자들의 이름과 함께 말합니다.
피오나 갤러거, 앨리스 먼로, 세라 케이, 애니 브롤리를 위해 널 꼭 잡고 말겠어.
for fiona gallagher, alice monroe, sarah kay, annie brawley, i won't you.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고,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고, 이 상황은 내가 끝내는 거고 내가 떠날 거라고 하는 놈한테 깁슨이 말하는 거지요. 내가 니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거고, 그건 결국 너를 잡고 말겠다는 거지요.
권력과 지배를 추구하는 남성인 폴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인 깁슨이 잡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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