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먹을 것을 그냥 버리기는 해도, 굶주린 사람이 먹을 수는 없는

순돌이 아빠^.^ 2021. 7. 13. 07:05

과일 썩는 냄새가 이 주 전체에 퍼진다. 그 새콤달콤한 냄새는 이 고장을 덮는 커다란 슬픔이다. 접목도 하고, 우량종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결실을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은 찾아내지 못한다.

오렌지가 몇 트럭씩 땅에 버려진다. 사람들이 몇 마일 밖에서 그 과일을 주우러 차를 몰고 와서 오렌지를 주워갈 수 있다면, 열두 개에 20센트나 주고 누가 오렌지를 사먹겠는가? 호스를 든 사나이들이 그 오렌지에 석유를 뿌린다. 

여기에는 법으로도 적발해 낼 수 없는 범죄행위가 있다. 여기에는 통곡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슬픔이 있따. 여기에는 우리의 모든 성공을 뒤집어 엎는 실패가 있다. 기름진 땅, 쪽 고르게 심어진 과일나무들, 단단한 나무줄기, 무르익은 과일, 그런데도 홍반병에 걸린 어린아니는 오렌지에서 수익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야 한다. 검시관은 사망 증명서에 이렇게 써넣어야 할 것이다. ‘영양실조로 사망’ 그것은 식량을 썩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썩혀야 하기 때문에 비롯된 죽음이다. 

사람들의 눈에 패배의 빛이 떠오르고 굶주린 사람들의 눈에 분노가 서린다. 사람들의 영혼 속에서 분노의 포도가 가득 차고 가지가 휘게 무르익어 간다. - 425

 

-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동서문화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