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와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더라구요. 그때부터 식당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가게 문을 빼꼼히 열고...
저...강아지 안고 먹어도 될까요?
그렇게 30분을 넘게 이 집 저 집 돌아다녔지만 순돌이를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구요. 날은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배는 고프고, 치료 받고 있는 다리까지 아프려고 해서 거진 포기 상태였습니다.
저 앞에 <개미분식>이라는 간판이 보이더라구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저기도 안되면 그냥 집에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큰 기대도 없이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 계시더라구요.
저...강아지 안고 먹어도 될까요?
강아지를 안고 식당에 들어가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일하시는 분들이 된다, 안된다 명확하게 말씀 하시거든요. 그런데 여기 두 분은 모두 별 말씀 없이 고개만 끄덕이시는 거에요.
0.8초간 망설였습니다. 들어갈까? 말까?
혹시나 해서 다시 여쭸습니다.
아...강아지 괜찮을까요?
그랬더니 이번에도 별 말씀 없이 고개만 끄덕이십니다. 어쨌거나 된다고 하셨으니 신나는 마음으로 앗싸! 하면서 얼른 식당 맨 구석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할머니가 물을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백반 주세요
그러고는 순돌이 물도 주고 간식도 줬습니다. 테레비에서 나오는 노래도 듣고, 할머니가 달걀 후라이를 하고 큰 솥에서 국을 뜨는 모습도 지켜봤구요.
조금 있으니 할머니가 큰 쟁반에 음식을 들고 오시더라구요. 고등어 조림이며 김치며 내려놓으시면서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 : 너무 정 주지 마
순돌이아빠 : 네?
할머니 : 우리도 강아지 있었거든
강아지가 있거든이 아니라 강아지가 있었거든이라고 말씀하시니 순간 마음이 쿵! 하더라구요
할머니 : 우리도 강아지 있었는데...지난 10월9일에 저기 먼 곳으로 보냈어
순돌이아빠 : (마침 바로 옆 벽에 붙어 있던 큰 달력을 가리키며) 며칠 전 10월9일이요?
할머니 : 그래
순돌이아빠 : 아...
할머니 : 얘는 몇 살이야?
순돌이아빠 : 6살이요
할머니 : 우리 애는 15살이었거든
정말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구요. 평소에 알던 분이면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들른 식당, 다른 사람은 없고 노인 부부만 계시는 곳에서 그런 말씀을 들으니...
할머니 : 너무 정 주지마...너무 힘들어
순돌이아빠 : 아...저도 우리 애가 나이가 드는 것만 봐도 마음이 아파요.
할머니 : 그래...우리 아저씨는 지금도 혼자서 눈물을 찔끔찔끔한다니까...
그 다음 너무 잘 알겠더라구요. 저도 순돌이가 언젠가 제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거든요.
할머니 : (고개를 살짝 저으시며) 너무 힘들어. 너무 정 주지마
순돌이아빠 : 아...네....
그렇게 할머니는 말씀과 음식을 내려놓으시고는 쟁반을 들고 돌아서셨습니다.
그래서 그러셨나 보네요. 제가 처음에 식당 문을 열고 강아지와 밥을 먹어도 되냐고 여쭈었을 때, 된다 안 된다 하지 않으시고 그냥 힘없이 고개만 끄덕이셨던 이유가...
두 분이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할머니는 뜨내기를 붙들고 그런 말씀까지 하시고, 할아버지는 밖에 담배 피러 나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