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는 반대로 운동은 단순하게 관료 장치로 변질되지는 않았지만 관료 정권에서 조직 모델의 가능성을 보았다. 범슬라브주의자 포고딘은 제정 러시아의 관료제를 찬양한 나머지 그것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는데, 이런 찬양은 모든 범슬라브주의자도 공유했을 것이다.
“가장 단순한 원칙에 따라 건설되었고 한 사람의 손으로 조종되는 거대한 기계 장치…어떤 방향과 어떤 속도를 그가 선택하든 상관없이 단 하나의 동작으로 언제든지 작동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기계적 동작이 아니다. 그 기계는 유전으로 물려받은 감정들, 지상에 살고 있는 그들의 신, 황제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며 그를 무한히 신뢰하는 감정들로 살아 숨쉬는 기계다. 누가 감히 우리를 공격할 것이며 우리가 복종을 강요하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470
-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한길사
유대인을 싣고 기차는 달렸을 겁니다. 누군가는 그 기차의 운행 일정을 짜고 누군가는 기차를 운전했겠지요. 시키는대로 주어진 대로 했을 겁니다.
북한도 남한도 경찰들은 오늘도 누군가를 감시하고 있겠지요. 지배자나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을 따라다니며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기록해서 윗분들에게 보고할 겁니다.
오늘의 지배자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하면 언론이나 교과서에도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할 겁니다.
내일의 지배자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하면 장관이나 공무원들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할 겁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윤석열이가 시키는 일을 하고
전두환이가 대통령이 되면 전두환이가 시키는 일을 할 겁니다
아베가 대통령이 되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할 것이고
연산군이 대통령이 되면 그의 훌륭한 인품을 선전할 것입니다.
지배자 1명의 의지나 명령에 따라 수 만, 수십 만의 인력이 움직입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은 다루기 힘든 업무 능력이나 기술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힘은 막강해서 함부로 저항하다가는 수갑 차고 구속되기 딱 좋습니다.
그 힘이 막강하기에 이 놈도 저 놈도 장악하려고 난리를 피우는 거겠지요
작은 정부를 외치는 소위 보수도 거대한 관료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는커녕 어떻게든 강화하려 하고, 더 말 잘 듣는 기계로 만들려고 하지요.
자유, 자유 노래를 부르고, 시장 시장을 신앙인양 내세우던 놈들이 사회 곳곳에까지 영향력을 뻗치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을 짭니다.
관료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배자의 힘도 그만큼 강해지는 거겠지요.
히틀러나 스탈린, 김건희나 윤석열이 우리와 같은 그냥 보통의 개인으로 존재했다면
도저히 할 수도 없고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일들을
관료제와 관료들이 움직이면서 가능해지는 겁니다
가끔 지배자의 의지나 명령에 반대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관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죽음이나 구속, 처벌이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하는 겁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이 휘청거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말 한마디 쉽게 할 수 없도록 관료제의 압력이 강하고 획일적인 움직임을 갖고 있는 거지요.
그들이 지배자의 의지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영혼 없는 기계가 아니라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일하는
우리들의 이웃이자 동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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