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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의 과거에서 광기의 가해자로 치닫는 이스라엘

순돌이 아빠^.^ 2006. 7. 23. 11:15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관리들과 의원들을 잡아가고, 팔레스타인 내무부 청사와 총리 공관 그리고 학교를 폭파했다. 영공 비행으로 (시리아 등의) 다른 주권 국가를 위협하고 “이스라엘군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민간인 역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공중에서 뿌려대고 있다. “가자 지구에서 아무도 밤에 잠들지 못하게 하라”는 이스라엘 총리의 명령 하에 야간 공습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주택가에 미사일을 퍼붓고, 아이들을 죽이며 수십만 명의 가자 지구 사람들에게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단 하나의 발전소마저 파괴했다.

완전히 포위되어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공포에 떨고 있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밤, 촛불을 켜고 하루 한 끼만을 먹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국제 사회에서 대부분 무시된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이스라엘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국제사회에서.

“제발 깨어나시오!” 가자 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 저널리스트 무하메드 오메르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의 “아랍 토크”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일갈했다. “가자 지구 사람들은 굶어죽고 있습니다. 이건 실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살기 위해 태어났어요. 이 사람들은 심장이 없나요? 감정이라곤 없습니까? 세계가 침묵하고 있어요!”

오메르의 울부짖음은 ‘잘못된 집단적 인식’을 바꿀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가 아랍인의 생명은 이스라엘인의 생명에 비해 한없이 가치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은 한 명의 유대인 군인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말이다. 이러한 인식,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부채질하는 분노와 굴욕감은 수십 년간의 미사일 폭격, 전쟁, 봉기를 통해 끝없이 커져왔다.

실제로 오메르의 애달픈 호소는 하나의 주문이 되어 아랍계와 유대계 사이의 첫 번째 전쟁이 벌어졌던 시기로 메아리친다.
 

1948년의 아랍-이스라엘 전쟁은 이스라엘 측에서는 독립 전쟁이라 부르지만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알 나크바, 즉 대재앙이다. 1948년 전쟁 동안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쟁을 피해 집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7월 한 달 동안만 해도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던 그 때 3만 명 이상의 아랍인들이 걸어서 피난을 갔다. 그들 중 일부는 32km를 걸어서 국외로 도망가야 했다. 많은 이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피난에 성공한 사람들은 며칠이나 몇 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했지만, 58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여전히 난민이다.

어떤 난민들은 아직도 옛 집의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닌다. 다른 이들은 자신들이 가꾸던 황금벌판이나 레몬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재앙 이후 58번째의 여름이 지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연일 미국제 미사일을 가자 지구에 퍼붓고 있고, 난민캠프에 있는 노인들은 1948년 대재앙의 여름이 떠오른다.

이스라엘 군인을 구출하겠다는 명목으로 가자 지구에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보노라면 야코프 페린이라는 한 극단주의 랍비가 1994년 헤브론 사원에서 기도하던 팔레스타인 27명을 학살한 미국 출신의 유대인 정착민을 칭송하는 글이 생각난다. 그 글에는 백만 명의 아랍인들은 한 명의 유대인의 손톱만한 가치도 없다”고 적혀있었다.

 
 

이스라엘인들 역시 깊은 정신적 상처를 지닌 민족이다. 그들의 나라가 현재 벌이고 있는 행동들은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자라난 “다시는, 결코, 학살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리라”는 강한 다짐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결코, 다시는”이라는 다짐이 이스라엘을 보복의 정치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면, 보복 그 자체가 균형을 잃은 채 도발 행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오늘도 이스라엘의 수백 개 미사일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머리 위로 비 오듯 떨어지고 있다. 단 한 명의 실종된 군인 때문에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나와야 하는 말은 “결코, 다시는” 광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스라엘인들이 스스로를 안전을 위하여 벌이고 있다는 이 모든 일들이 마치 이라크의 미국인들처럼 더 많은 증오와 분노의 씨앗만을 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 글을 쓴 살디 톨란은 “레몬 트리: 아랍인, 유대인, 그리고 중동의 심장”이라는 책의 저자이며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교수입니다.
 
원문 : The Palestine Chronicle(http://www.palestinechronicle.com/)
번역 : 다다(팔레스타인평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