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나비 효과

순돌이 아빠^.^ 2006. 8. 3. 18:34
 
울어서 눈물이 나도
눈물이 가슴에 맺히지 못하면 슬픔이 아니지,
 
오늘 죽어갔을 영혼들에게는
지배와 억압이 없는 세상에서의 또 다른 삶이
 
오늘도 살아있는 나에게는
더 큰 실천을 위한 지혜와 용기가 주어지기를
 
 
1993년
 
 
“레바논에 대한 가장 커다란 군사 공격”이라고 묘사한 이 공격은, 남레바논에서 게릴라가 7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죽인 사건 때문에 일어났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노암 촘스키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의 앞부분을 더 읽어 보겠습니다.
 
1993년 7월25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을 개시했다. 언론이 1982년 침공 이래 ”레바논에 대한 가장 커다란 군사 공격”이라고...... - 숙명의 트라이앵글, 노암 촘스키
 
이 짧은 몇 문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1993년에도 레바논에 대해 대규모 군사 공격을 벌였는데, 그 때의 명분도 레바논인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도 123명의 레바논인들이 죽고 50만 명이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1993년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이스라엘은 자국 군인이 억류 되었다고 전쟁을 시작했고, 오늘(8월2일) 자료를 찾아보니 지금까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약 750명이 사망하고 75만 여명이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7월12일에 공격을 시작했으니 약 20일 만에 이런 인명 피해가 난 것입니다.
 
 
1982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1982년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부를 세우고 팔레스타인해방운동을 잠재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개미 한 마리까지 죽일 듯 베이루트에 폭격을 퍼부었습니다. 그 결과로 수만의 목숨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레바논이면 레바논이지 웬 팔레스타인해방운동이냐구요?
 
48년 1차와 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자신이 점령한 팔레스타인을 아랍인 없는 순수 유대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랍인(팔레스타인인)을 강제 추방했습니다. 그래서 수 십 만 명이 레바논으로, 요르단으로, 시리아로 쫓겨 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으로 피난을 떠났고 그들은 대이스라엘 투쟁뿐만 아니라 요르단 왕정체제에 대해서도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1970년 요르단 왕정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져 팔레스타인인들이 패배를 합니다. 그리고 아라파트를 비롯해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등은 레바논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이 때부터 레바논이 팔레스타인해방운동의 주요한 거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70년대부터 레바논을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전쟁이 계속 되고 있는 것입니다.
 
1982년의 학살이 중요한 것은 학살의 규모가 크기도 하고 PLO가 레바논에서 쫓겨나 튀니지로 본부를 옮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철수를 하는 척하면서 레바논 남부지역을 강제로 점령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요즘 언론에 한창 이름이 나오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철수와 팔레스타인해방을 주장하며 대이스라엘 투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0년이 되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게 밀려 레바논 남부지역 대부분에서 철수를 합니다.
 
 
나비 효과
 
앞에서 제가 길게 역사를 설명한 것은 지금의 전쟁과 학살이 이스라엘에게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스라엘 자국 군인의 억류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설사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억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다른 명분을 들어 레바논을 공격 했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또 이번 일이 특별하지 않은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흔히들 언론에서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고 미국이 뒤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전쟁을 진행하고 있고 그 선봉에 이스라엘군이 있을 뿐입니다.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미군이 앞장섰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 과정에서는 몇 가지 나비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레바논에서 자신의 뜻대로 전쟁을 끌어감으로써 헤즈볼라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중동 지역,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 대한 패권 정치가 확대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과거처럼 헤즈볼라와 레바논 민중들이 대이스라엘 저항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서 주변 중동 지역의 저항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대로, 이스라엘은 이스라엘대로, 주변 아랍 지역 독재. 왕정 국가들은 그들대로 헤즈볼라가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나비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공에 맞서는 운동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집회 한번을 한다고 해서 당장에 전쟁이 멈추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살이를 봐도 어떤 하나의 일로 세상이 확 바뀌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이스라엘의 침공을 막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에 나선다면 아직까지는 머뭇거리고 있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더 나아가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레바논인들의 가슴까지 울리는 나비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