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땅에 성스러운 자유가 오기를 (1)
이스라엘은 48년 전쟁을 통해 제루살렘의 서쪽을, 67년 전쟁을 통해 동쪽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전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 수 없는 가족들
조하라 지르씨는 남편과 헤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남편에게 제루살렘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9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거주권을 신청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거부 아니면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남편은 서안지구에서 살고 있고, 가족들은 전화로 연락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만약 남편이 가족들과 만나고 같이 살기 위해 서안지구에서 제루살렘으로 들어온다면 경찰에게 잡혀 감옥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큰 아이가 16살이 되어서 이스라엘 정부에 신분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이스라엘은 거절 했습니다. 신분증 발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언젠가는 제루살렘을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67년에 동제루살렘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민권이 아니라 거주권을 줬습니다. 즉, 외국인으로 거주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은 제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최대한 내쫓아 인구 구성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하라 지르씨 가족의 경우처럼 남편과 아이에게 거주권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 떠나든지 아니면 이혼 아닌 이혼 상태로 살라는 것입니다.
두 달 된 아이를 두고
아델씨의 사례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며칠 전 아델씨에게 편지를 하나 보냈습니다. 내용은 45일 안에 이 나라를 떠나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먼저 묻는 것이 이스라엘이 이 사람에게 제루살렘도 아니고 이 나라를 떠나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델씨는 변호사를 만나서 먼저 이스라엘 정부에게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볼 거라고 합니다.
“아델씨, 만약 이스라엘의 요구를 거절하면 어떻게 되나요?”
“언젠가 체크포인트(검문소)에서 잡혀 비행기를 타고 어디일지 모르는 나라로 추방되겠지요.”
“아델씨의 사례가 흔히 있는 사례인가요?”
“흔히 있냐구요? 너무 많은 사례 중에 하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확률은 50:50입니다.”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아델씨는 우리에게 자신의 핸드폰에 담겨 있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너무 귀엽다고 하니깐 2달 되었다고 했습니다.
2달된 아이를 둔 아비가 지금 추방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자신이 제루살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것이겠지요.
성스러운 땅에 성스러운 자유가 오기를
제루살렘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했습니다. 다른 서안지구의 도시들을 돌아다닐 때는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줬었는데 너무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알라와 칼리드한테 물어보니 인터뷰를 했다가 혹시나 이스라엘이 이것을 알고 자신들에게 추방과 같은 어떤 해코지를 가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인터뷰를 잘 안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랑하는 이스라엘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고 있는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루살렘에서 만나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제루살렘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들을 추방을 하든지, 거주권을 박탈하든지 또 아니면 계속 괴롭혀서 못 살고 떠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채 다 내쫓지 못한 사람들을 전쟁 아닌 전쟁으로 내쫓고 있는 것입니다.
여행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면 제루살렘도 그냥 평범한 도시입니다. 오래된 성벽과 건물들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그런 도시죠. 하지만 그 속을 조금씩 들여다보면 이곳이 결코 성지일 수만은 없는 점령의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제루살렘이 성지라는 이름답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성스러운 자유가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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