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책

[책]알리 아부니마Ali Abunimah - One Country (하나의 국가)

순돌이 아빠^.^ 2009. 12. 20. 21:24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몇몇 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앞으로의 해결 방향이 무엇인지를 놓고 얘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독립’이라는 말을 떠올리십니다. 아마도 예전에 조선이 그랬듯이 ‘식민주의 극복=독립’이라는 생각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독립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겠구요.




팔레스타인 문제로 유명한 웹 사이트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Electronic Intifada(http://electronicintifada.net)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리 아부니마 Ali Abunimah가 쓴 [하나의 국가 one Country]


책은 그런 의견들과는 달리 유대인과 아랍인이 하나의 국가를 만들자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48년 점령지(흔히 말하는 이스라엘 지역)와 67년 점령지(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하나로 묶어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국가를 만들자는 거지요.

 

어떤 분들은 유대인과 무슬림은 태생적으로 같이 살기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서 저 옛날 옛날 아브라함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현재 갈등의 뿌리가 그때에 있다고 말씀을 하시고는 하지요. 만약 그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지금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옛날 옛날에 고구려와 수나라가 전쟁을 벌였다고 해서 지금 중국인과 한국인이 평화롭게 지내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요.

 

또 어떤 분들은 유대인과 무슬림은 종교적인 다툼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몇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은데, 먼저 종교가 다르다고 함께 못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도 기독교인과 불교인들이 종교가 다르지만 함께 살고 있듯이 말입니다. 인도에서 무슬림과 힌두 사이에 죽고 죽이는 일이 크게 벌어지는 것도 그들이 종교가 달라서라기보다는 정치·경제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은 유대교에 빠져 살고, 무슬림은 이슬람에 빠져 살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적인 사람보다는 오히려 비종교적인 사람이 많은 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20세기 초 유럽 유대인의 이주 이전에 팔레스타인에서는 여러 가지 종교와 문화가 공존해 오고 있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존이 깨진/깨지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시오니스트들이 유대 민족 국가를 건설하려고 하다 보니 유대인과 무슬림(아랍인)이 함께 생활하고 노동하면 안 되니깐 여러 가지 수를 쓴 거지요. 남북한의 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려고 해도 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걸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지배이지 이스라엘 시민들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이스라엘 시민들도 천날만날 치고 박고 할 것이 아니라 뭔가 협상을 하든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구요? 맞는 말씀입니다.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가지가 서로 얽혀 있고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국가를 만들게 되면 예를 들어, 학교에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삶에 맞게 히브리어와 유대 문화를 배우고 가르치면 되고, 무슬림들은 또 아랍어와 아랍 문화를 가르치면 됩니다.

 

서로 따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도 많겠지만 함께 배우고 가르칠 것도 많겠지요. 민주 국가에서 시민의 권리는 무엇인지, 노동자란 무엇인지,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평등한지, 기타와 드럼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영어는 어떻게 발음을 하면 되고 수학 문제는 어떻게 푸는지 등등 말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다니다보면 도로 표지판을 보게 되는데 큰 도로의 경우에는 히브리어-아랍어-영어로 함께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루살렘과 같은 성지는 누구의 독점이 아니라 서로 평화롭게 기도하면 되는 거고, 깃발과 같은 상징이 필요하다면 남북한이 단일기를 만들 듯이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면 되겠지요.

 

종교나 문화 등에서 각 집단별 독자성을 인정하고, 공동의 시민적 권리나 경제와 노동 문제 등은 함께 풀어 가면 되겠지요.

 

그게 어디 쉽겠냐구요?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낫지 않겠냐구요? 따로 살면서 어떻게요? 지금처럼 맨날 죽이고 죽으면서요?

 

하나의 국가? 말은 좋지만 가능이나 하겠냐구요? 차라리 두 국가가 더 가능한 것 아니냐구요? 현재의 가능성으로 따지면 두 국가라는 것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을 의미하는데,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존재했던 흑인 거주 지역이나 북아메리카에서 존재하는 인디언 보호 구역과 같은 것이 될 겁니다.

 

이 책은 땅을 놓고 시오니스트들이 건국 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야금야금 팔레스타인을 먹어 왔는지, ‘평화협정’이나 ‘국제사회’의 노력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는지, 시오니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인지, 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함께 살아야 하는지,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이 책에서는 8가지 제시)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지만 함께 살기 위해 노력했던 세계적 사례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구요.

 

많은 유대인과 아랍인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이웃이 적정한 수입을 얻고, 괜한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길을 걸으며 휴일에는 소풍을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의 생활의 안정과 평화를 희생한 대가로 소수 정치인들과 자본가들과 군인들이 제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거지요.

 

하나의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시오니스트들에게나 무기 판매상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일 겁니다. 남북한의 대결을 먹이로 삼아 살아오던 정치 집단과 미국 군수업체에게 한반도 평화가 악몽과도 같은 일이 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악몽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조금씩 더 다가오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