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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오랜 파도가 바위를 부수듯 - 2

순돌이 아빠^.^ 2010. 6. 6. 16:19

어떤 언론에서는 이번 일의 영향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 보도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평화협상’이 있었는데 앞으로 어려워질 거라는 거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그동안 ‘평화협상’이란 없었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환경과 생명 살리기 4대강 사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4대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 살리기와는 관계없는 것이듯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상도 ‘평화’와는 관계없는 것이었지요.

 

<평화는 없다. 오직 미국의 명령에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오른쪽)>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목과 팔을 비틀어 쥔 채 그들에게 유리한대로 점령과 지배를 합법화하려고 꾸며댄 것이 흔히 말하는 ‘평화협상’이지요. ‘평화협상’이라는 말, 세계 사람들을 속이고 언론에 정치 선전하기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덩달아 일부 평화운동하는 사람이나 국제정치에 관심 가진 사람들도 평화협상에 큰 기대를 걸기도 했지요.

 

실제로는 평화를 위한 협상도, 평화 ‘협상’도 아닌 그저 정치 선전용 문서 작성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억지로 강요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배하는 협상이 아니라 약자에게 강요만 하면 되는 거지요.

 

따라서 이번 일 이후에 우리가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평화협상, 하지만 또 온갖 화려한 말들로 벌어질 소위 ‘평화협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어떻게 진행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어떻게 벌어지느냐 일 것입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이번 일이 공해상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영역이 아니니 국제법 위반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공해상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설사 이스라엘 영해라고 해도 이스라엘이 이런 짓을 벌여서는 안 되는 거지요. 누구의 바다냐 보다 중요한 것은 죽이려는 자와 살려는 자, 지원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 사이의 투쟁입니다.

 

국제법 위반과 함께 잘 나오는 것이 UN의 조사나 결의안 채택 관련 내용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점령이나 학살 관련해서 수많은 UN 결의안이 있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쌩 무시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언론은 UN을 강조하고, UN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스라엘은 무시하고 식의 쳇바퀴가 계속 돌았던 거지요.

 

<'가자지구 사태 진정 국면 돌입'이라는 제목의 2010년 6월3일자 인터넷 매일경제 기사.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10&no=286706 >

 

지금도 이스라엘은 ‘해상 봉쇄 완화를 검토하겠다’라며 시간 벌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봉쇄 완화 검토’라고 하면 많은 언론들은 이어서 ‘구호선 공격 사태 완화 국면 접어들어’라고 쓸 겁니다. 구호선을 탔던 사람들의 요구가 봉쇄 중단이었으니 ‘봉쇄 완화 검토’ 정도면 이제 됐다는 겁니다.

 

봉쇄 중단,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사과, 보상 등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주 쉽게 ‘완화 국면’에 접어드는 거지요. 그렇게 며칠만 시간을 끌면 언론에서는 이 문제가 사라질 것이고, 그러면 이스라엘은 하던 짓을 계속하려고 할 겁니다.

 

3.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이번 일이 벌어지자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대놓고 이스라엘을 감싸고 돌았고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한 해에도 수조 원씩 이스라엘에게 현찰 박치기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점령촌 건설을 중단하라고 말은 하면서 건설비용은 계속 대고 있지요. 미국산 무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자위권 차원’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번 일처럼 누가 봐도 이스라엘이 범죄가 명백한 경우조차도 ‘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끕니다. 미국이 있어 이스라엘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요.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

 

따라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 또는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언제나 이스라엘에게 꽥꽥대는 것과 함께 미국에게 꽥꽥대야 합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재정․외교 지원을 중단하라는 겁니다.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이스라엘이 지금과 같은 범죄행위를 계속 할 수 없을 겁니다. 아니면 시오니스트들이 독일에 붙었다가 러시아에 붙었다가 영국에 붙었다가 지금은 미국에 붙어 있듯이 또 어디 빌어 붙을 곳을 찾겠지요.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생각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돈으로 무기로 입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짓을 그만 둬야지요. 유럽인들이 저지른 홀로코스트의 대가를 팔레스타인인들보고 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윤리 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국제 구호선, UN, 미국, 유럽 등 온갖 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인이라는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외국인 10명이 죽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1,000명, 2,000명 죽어갑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상 봉쇄 완화가 아닙니다. 뭍에서 배타고 5km나가던 것을 6km 나간다고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습니까. 밀가루 10가마 들어오던 것이 11가마 들어온다고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습니까.

많은 언론이나 이스라엘, 미국, 유럽 국가 등은 ‘밀가루 한 가마니 더 넣어 줄 테니 이번 일은 적당히 여기서 마무리 하자’라고 제안을 할 겁니다. 그러면 또 많은 사람들은 ‘그래. 그래도 뭔가 나아 진 것이 있으니 이쯤에서 잊어도 되겠지?’할 겁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자 가자지구에 꼭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봉쇄 중단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구호품이나 국제 사회의 구호의 손길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 테니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가자지구 봉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요구가 다르니 적당히 협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지금 150만명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질로 잡고, 아니면 그들을 강제 수용소에 밀어 넣고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강요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범죄자들과의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잔인한 범죄자와의 투쟁입니다.

 

 

4. 희망을 위한 투쟁

 

많은 사람들이 대이스라엘 투쟁의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 제재 운동’입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제재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가 이스라엘을 봉쇄하자는 거지요.

 

이스라엘 제재에는 이스라엘 상품 불매,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중단, 군사․재정 지원 중단 등을 포함합니다. 시민들은 이스라엘 상품을 거부하고, 기업과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력을 넣는 거지요. 범죄자의 힘을 약화시켜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하자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이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이번에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지만 앞으로 가자지구로 향하는 연대의 항해는 계속 되어야 할 겁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기 위해 전투기와 탱크를 필요로 하는 동안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 하겠지요.

 

이스라엘이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하지만 가자지구로 향하는 사람의 물결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 지들도 어쩔 수 없이 태도를 바꾸게 될 겁니다. 오랜 파도가 단단한 바위를 부수듯이 말입니다.

 

나도 뉴스를 보니깐 마음 아프기는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야 말이지...

 

이런 생각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뉴스를 보고 마음 아프셨다면 이미 시작하신 겁니다. 사람이 다른 이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면 이미 다른 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다른 이의 아픔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관련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관련 단체나 행동에 참여하면 됩니다.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에 항의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레바논인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책은 <라피끄-팔레스타인과 나>, <팔레스타인 현대사>, <숙명의 트라이앵글(2008년 개정판)> 등이 있고 영화는 <아나의 아이들> 등이 있습니다. 단체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http://www.pal.or.kr)] 등이 있구요.

 

인간을 사랑해서, 때론 우리가 그 사랑을 잠시 잊는다 해도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말하는 거겠지요.

 

오늘도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서 인간이 아니라 다른 이의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을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존재로써의 인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