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꽃피는 학교에서 평화를 생각 합니다

순돌이 아빠^.^ 2010. 10. 25. 20:17

한 1년 만에 충북 제천에 있는 꽃피는 학교( http://www.peaceflower.org )에 강연을 하러 갔습니다. 제천에서 고속버스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승객 가운데 저 빼고 100%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셨습니다. 조금 전까지 서울의 출근시간에서 봤던 지하철 속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시내버스를 내려 학교 주위를 둘러보니 참 예뻤습니다.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세상이 장관이더라구요. 그 색들이 따로 따로 있어도 좋을 텐데 어우러져 있으니 어찌나 곱던지...

묵자와 폭력

지난해에도 한 번 와서 강연을 했었기 때문에 왜 저 같은 놈을 또 부르셨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지난해에는 꿈을 꾸며 살자는 내용이었고, 올해는 ‘평화의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평화에 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강연 전에 학교에 부탁을 해서 학생들이 영화 [묵공]을 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공자도 있고 노자도 있는데 제가 읽어본 몇몇 ‘자’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묵자’입니다. 묵공은 묵자의 사상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묵자라고 들어봤냐고 여쭤 보니깐 대부분은 모르시더라구요. 혹시나 몇 분은 이름이라도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했었는데...

묵자와 그의 패거리인 묵가는 A나라가 B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면 A나라에 가서 공격을 하지 말 것을 설득하고, 설득이 먹히지 않으면 B나라에 가서 A나라에 맞서 싸웠다고 하지요.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상대가 공격을 하면 맞서 싸우는 겁니다. 그래서 묵가들은 성을 지키는 기술(수성술)이 뛰어 났다고 합니다.

평화에 관한 강연을 한다고 하면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비폭력이나 갈등 해결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의 방법이고 그것을 지향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과감하게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한다는 말이 우습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필요하다면 묵공 속 사람들처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기도 하는 거지요.

여기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쟁애호가들은 전쟁과 살인, 그 자체를 즐깁니다. 하지만 묵공 속 유덕화는 비록 공격 받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기는 하지만 적의 병사라고 해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요. 왜냐하면 전쟁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평화?

학생들에게 여러분에게 평화란 무엇인지, 어떨 때 평화롭다고 느끼는지를 여쭤 봤습니다.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자유로울 때, 편안하게 쉴 때, 하고 싶은 거 살 때 등을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겪는 전쟁에 대해서,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집속탄, 인폭탄, 금속화살탄 등의 무기를 보여 줬습니다. 그리고 다시 학생들에게 이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화란 무엇일까를 여쭤 봤습니다.


이라크 난민 어린이들과...


굳이 말로 하자면 자유, 편안한 잠 등의 말입니다. 그런데 그 속에 담는 의미가 달라지는 거지요. 잠 하나만 해도 내일 내가 죽게 될지 살 수 있을지를 걱정 안 해도 되는 편안한 잠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평화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는 늘 누구의 평화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가 4대강 사업 잘 돼서 평화롭게 잠든 이명박은 아니잖아요.

이라크 사람의 평화인지,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평화인지, 냅다 일은 열심히 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의 평화인지,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평화인지를 따져 보자는 거지요.

평화를 그저 머~엉하니 ‘아름다운 밤이에요~~~’나 되뇌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화는 깊이 생각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때론 싸움질도 마다하지 않아야 이룰 수 있는 거지요.

혼자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맛있는 차 마시며 흔들의자에 기대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평화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근데 이건 평화이기 보다 편안함이겠지요.

왜냐하면 평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문제라는 것은 혼자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혼자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는 평화로울 수 없는 거지요.

내 한 몸 별 어려움 없고, 내 한 몸 걱정이 사는 것은 평화롭게 산다고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산다고 하는 겁니다. 저 혼자 또는 몇몇 끼리끼리 편안하게 사는 것을 두고 평화를 이루었다고 기뻐하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지요. 대낮에 두 손으로 자기 눈 가리고서는 밤이 찾아왔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지배와 억압, 착취 등을 던져 버리고 우정이나 연대와 같은 것들로 가득할 때 우리는 평화롭다 할 수 있겠지요.

지구 굴리기

세상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것들,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고 어떤 것을 해 왔는지를 얘기 하고 나서 평화운동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중2 19명, 중3 5명이 앉아 있었는데, 제가 앞으로 이런 평화운동을 해 보고 싶으신 부~운하고 물으니깐 2분이 손을 들더라구요. 반가웠습니다. ^.^

세상이 정말 바뀌겠느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의 생각은 간단해서 세상은 반드시 바뀐다는 겁니다. 문제는 좋은 쪽으로 바뀔 것이냐 나쁜 쪽으로 바뀔 것이냐겠지요.




지구는 둥급니다. 한쪽에서 전쟁 하자, 전쟁 하자, 돈 벌자, 돈 벌자 하면서 반대쪽으로 힘을 써 굴리면 지구는 그쪽으로 굴러 갑니다. 반대로 한쪽에서 전쟁 그만, 전쟁 그만, 조용히 살자, 조용히 살자 하면서 반대쪽으로 힘을 써 굴리면 지구는 그쪽으로 굴러 갑니다. 양쪽에서 미는 힘의 크기에 따라 지구는 이리로 가기도 하고 저리로 가기도 하는 거지요.

그래서 세상이 변할 거냐 안 변할 거냐를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어느 쪽에서 서서 지구를 굴릴 거냐는 거지요.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어느 날 백마 탄 왕자가 돼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 있다? 없다?’라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우린 신이 아니고, 신의 능력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때론 안개 낀 길을 걷더라도 묵묵히 걸어가는 거지요. 그 길 걷는다고 돈을 버는 것도 유명해 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마음에 담은 그들이 죽지 않고 두들겨 맞지 않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살 수는 있겠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기쁜 겁니다.


평화,
그들의 웃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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