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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제삿상

순돌이 아빠^.^ 2012. 2. 12. 22:31

1. 지난 설날

 

돈 벌려고 일하랴 애들 키우랴 게다가 며느리라고 제사 음식까지. 피곤한 몸에 형수가 용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음식을 담는데 손끝을 바르르 떨더라구요.

 

미니 : 형수요, 제사 음식하는 것도 힘들고 그란데 인자 음식 사서 하지요
형수 : 저는 그러면 좋은데...아버님이 싫어하실 것 같아서...
미니 : 걱정 마이소. 내가 얘기 해 볼게요
형수 : 네...

 

2. 오늘 점심

 

볼 일이 있어 아버지가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오셨습니다. 자식들 줄 거라고 과메기, 가자미, 미역 등을 한 가득 싸들고. 형과 형수, 조카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버지 : (형과 형수에게) 너거들 직장 생활하고 바쁜데 제사도 많아서 너거한테 미안타
형과 형수 : 아니요. 괜찮습니다
미니 : (조심스럽게) 아버지 제사 지내는 게 힘든 게 음식하는 것 때문에 그란데, 인자 음식 사서 제사 지내지요
아버지 : 형과 형수도 바쁘고 힘든데 인자 그래라. 음식도 마이 준비할 것도 없고 그저 쪼매마 해라
미니 : 형수요 들었지요? 다음 제사부터는 바쁜데 여러 말 할 거 없고, 머 머 필요한 지 내한테 문자로 보내 주먼 내가 시장 가서 사올게요
형수 : 네...

 

3. 형 집에서

 

형은 몸이 안 좋아 방에 들어가서 자고, 형수는 조카들 데리고 장 보러 갔습니다. 아버지와 둘만 남은 자리.

 

아버지 : 민아, 너거 형하고 형수가 바쁘고 힘드니까 제사 때 니가 마이 도아 조라

미니 : 네 아버지
아버지 : 형하고 형수가 먼저 전화하기 곤란할 수 있으니, 니가 알아서 먼저 전화하는 것도 좋다.
미니 : 네~~~   ^-------^

 


이렇게 해서 우리집은 제사 음식을 사서 하기로 했습니다

제사를 지내든 아니든, 산 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떠난 사람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당신들이 음식을 만들어 손주들 먹이시면 먹이셨지

당신들 잡수시려고 손주들이 음식하느라 애 먹는 걸 가만 보고 계실 분들이 아닙니다

 

두 손을 흔드시며

"아이고 야야 댔다 고마 해라"라고 하셨을 겁니다

 

늘 우리를 아끼고 이뻐해 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보고 싶네요.

 

할매야, 할배요

잘 있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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