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으로 넘쳐나는 대구 서문시장에 갔습니다.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 출출함을 달래려 떡볶이와 오뎅 파는 집에 갔습니다. 가게라고 해야 상가 건물이 아니라 길에 불 피워 놓고 작은 자리 두 어 개 마련해 둔 정도지요.
사장님(?)이 납작만두에 떡볶이 국물을 끼얹어 먹으면 맛있다고 합니다. 저는 떡볶이 국물보다는 간장에 찍어 먹는 게 더 좋더라구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게 이 납작만두지요. 뜨끈한 오뎅 국물도 한 사발 했습니다.
손님에게 먹을 것을 내놓을 때나 옆에서 장사하는 분과 얘기할 때나 사장님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아시는 분이 지나가자 불러 세워서는 떡볶이 먹고 가라고 웃음과 함께 한 그릇 건넵니다.
대형마트에서 두부며 만두며 시식해 보라고 내놓으시던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도 열심히 일을 하지만 왠지 떡볶이 집 사장님과는 다른 표정, 다른 목소리였습니다.
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과 남의 일을 해 주고 돈을 버는 것의 차이일까요?
달리 또 생각해 보면...
떡볶이집 사장님의 돈벌이는 그야말로 ‘우연’에 내던져져 있습니다. 잘 되면 생활비 버는 거고 안 되면 그냥 혼자 망하는 거지요. 누구도 함께 하지 않는, 오직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맡겨져 있는 거지요. 높은 곳에 매달아 놓은 줄을 타는 것과 같다고 해도 될까요?
마트에서 시식 일을 하시는 분의 돈벌이는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시식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정해진 시간만큼 돈을 받게 되어 있지요. 두부 좀 적게 판다고 해서 풀무원이 망할 일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떠넘겨지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함께 일하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나누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요? 생존이 우연에 내몰리지도 않고, 인간이 기계처럼 시키는 일만 하지도 않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요?
오직 물건을 팔기 위한 꾸며낸 웃음이 아니라 사람이 반가워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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