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스미스 외,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2009, 메이데이
한국어판 서문
한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그들이 휘두르고 있는 과잉 권력 때문에 “삼성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삼성전자는 암에 걸린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습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유독물질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런 병에 걸렸으니 회사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노동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주장에도, 삼성은 책임을 부인해 왔습니다. - 5
<서문> 첨단기술 산업의 그늘
첨단기술 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엄청난 이윤을 취해 온 최고 경영진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들인지는 몹시 의심스럽다...첨단 기술 산업의 거대 자본들이 저질러 온 환경오염과 노동자 건강 문제, 그리고 총체적인 노동자 학대는 실로 엄청나다. - 12
1장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첨단기술 사회를 꿈꾸며
소비자들은 대부분 최신형 컴퓨터, 텔레비전, 휴대전화, 아이팟, 전자게임기 등을 갖고 싶어하지만, 그런 최신 상품과 전자기술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3세계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몇 푼의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경이로운 성능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초소형-고성능 메모리 장치를 만드느라 노동자들이 위험에 빠지고 공장 주변의 대기와 수질이 오염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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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이들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 전자산업의 보건학적, 생태학적 문제들이 소비자 대부분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 29, 30
최고 경영자들이나 고위 간부들이야 수백만 달러의 봉급을 받으며 고액의 퇴직금을 보장받고 즐기지만,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부분 수많은 사람들이 숙식을 함께 하는 공동 기숙사에 살거나, 주거 환경의 질이 낮고 밀집되어 있으며,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다. - 30
2장 세계 전자산업의 지형 변화
“첨단기술”을 과학-그리고 서비스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통념 - 56
21세기 첨단기술 산업은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 지구적 대량생산체제로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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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대량생산이 저임금 국가들(특히 중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헝가리)에 있는 수많은 첨단기술 지역으로 점점 더 많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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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제조시설들이 대규모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첨단기술 산업이 마치 전문적이고, 생산설비가 없으며, 과학을 토대로 한 회사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탈산업화”된 서비스 산업인 듯한 인상이 형성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지구적 생산 시스템의 최상부에서 이루어지는 전문화란 곧 가장 밑바닥(즉, 저임금 지역의 대규모 제조 공장들)에서 수직적 통합을 점점 늘려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75, 76
반도체산업에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금속, 유독가스가 사용된다. 노동자들은 인간공학적 문제나 그밖에 직업적 스트레스 요인들 뿐 아니라 방사선에도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워낙 급속도로 발전한데다가 기밀 유지에도 강박적이기 때문에, 그 안의 노동조건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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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을 만드는 일은 근골격계 통증이나 부상의 위험은 높다. 가공공정 노동자들에게는 상지(어께, 팔, 팔꿈치, 손목, 손가락-역자)의 증상들이 흔하고, 하루 노동시간과 양-반응 관계(노동시간이 길수록 증상이 흔하다는 뜻이다-역자)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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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서서 일하면 다리의 통증이, 오랜 시간을 앉아서 일하면 목과 어깨의 통증이, 오랜 시간 구부린 자세로 일을 하면 어깨, 팔, 다리 통증이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 80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는 신기술이 자리를 잡고, 구식 기술들은 신규 산업화 국가들로 수출되고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선진국들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학물질, 산업기술, 장비들을 물려받아 사용하며, 게다가 대부분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규제가 미약하기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의 건강이 더욱 우려될 수밖에 없다. - 86
1985년 캘리포니아 산 호세에 있는 IMB 연구시설의 재료분석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화학자가 IBM본사에 편지를 썼다. 자기 동료들이 집단적으로 암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연구개발 실험실에서 일하던 12명의 연구원들 가운데 두 명은 뇌종양, 두 명은 림프계암, 두 명은 위장관계 암으로 죽었다. 또 다른 두 명이 골격계 암에 걸렸고, 나중에 연구팀장은 뇌종양으로 죽었다. - 89
IBM은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뇌종양 사망률에 대한 연구를 후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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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연구는 “기술직”에 종사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남성 노동자들의 뇌암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뇌종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전기, 전자 분야에서 오래 일한-특히 10년 이상 종사한-노동자들과, 납땜이나 유기용제에 노출된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가장 높았다는 토마스 등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토마스 등의 연구에서는 20년 이상 근무한 전자제조 및 수리업 노동자들에게서는 성상세포암 발병위험도가 10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89
IBM 남성 노동자들에게서 사망률이 초과한 암들은 대장, 췌장, 신장, 고환, 갑상선, 중추신경계, 림프조혈기계, 흑색종이었다. 여성들에서는 폐, 기관지, 유방, 기타 여성 기관, 중추신경계, 림프조혈기계 암에서 사망률이 초과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암 유형들은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대한 다른 연구들이나, 다른 산업에서 똑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했다. 핵심적인 결과들은 뇌, 신장, 림프조절기계 암과 흑생종으로 인한 사망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산 호세 공장의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유방암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었다. - 94
1998년 11월19일, “인도의 실리콘 밸리” 방갈로어Bangalore에서 미화 10억 달러짜리 인도 다국적 기업의 14개 생산공정에서 6천3백여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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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파업 노동자들 가운데 80%는 18~25세 사이의 여성들이었다. 이 파업은 지난 10년간 방갈로어에서 있었던 노동쟁의 가운데 가장 악명을 떨쳤다. 이 투쟁의 핵심적인 원인은 견습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견습을 이유로 회사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면서 고용조차 불확실한 상태로 몇 년씩 학대해 왔던 것이다. 고용 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여성들은 온 종일 선 채로 일하면서 열기를 피할 선풍기나 피로를 달랠 의자조차 받지 못했다. 휴식시간도 없고 화장실을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수당조차 없는 초과 노동을 강요당했다. - 100
1960년 이후, 전자산업 역시 전 지구적 노동시장으로 국경을 초월해 노동자를 불러 모았다. 전자산업의 이주 노동자들은 여성이 주를 이루었으며, 이런 “이주의 여성화”는 여성들이 필리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같은 나라들에서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타이완 같은 첨단기술 선도 국가로 이주함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전자산업 때문에 국내 노동자들이 재배치된다. 전자산업은 수출 가공지역, 자유무역지역 및 그 외 특화된 산업지역에서 두드러지며, 수출 중심의 개발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이런 지역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진 상태다. 이 지역들에서는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인도네시아의 바타민도 산업 지대처럼 국내 빈곤 지역들에서 이주해 온 여성들이다. - 102, 103
전자산업 사업주들의 구인 실태에 관한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이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선호하는(특히 아시아의 경우) 이유는 성별화된 문화와 생물학적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한다. 소위 “빠른 손”이론에 따라 여성들이 태생적 손재주(“손이 날랜 여성”), 참을성, 꼼꼼함과 같은 “타고난” 특성을 가졌다고 여기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조립 작업에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알맞다고 생각한다. - 104
젊다는 것은 임금 고용의 경험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노동자임을 암시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나이든 여성 노동자들, 특히 예전에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보다(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수준이 낮다. 또한 기업들은 젊은 여성들이 나이 든 여성에 비해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며 좋은 시력과 빠른 반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들을 채용한다. - 104, 105
방갈로어의 어느 국내 기업의 경우,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여 자발적 사직을 강요한다. 예를 들어 여성이 결혼을 하면 라인 감독관이 시간외 노동에 대한 임금을 주지도 않으면서 강제로 초과노동을 시켜 노동강도를 높여, 가족들이 나서서 일을 그만두도록 압력을 넣게 만든다. 만약 임신이라도 하면 가장 고된 작업을 할당받는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도 휴식 시간도 없이 뜨거운 열기의 작업장에서 무거운 물건들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식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대우를 견디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여성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개는 젊은 여성들로 대체되고 만다.
노동 통제는 여성 노동자들의 재생산 역할에 대해서까지 손을 뻗는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멕시코, 태국, 중국과 같은 나라들에서 여성들을 일상적인 직무 적성 검사의 일부로, 때로는 심지어 고용기간 내내 임신 테스트를 받는다. 임신한 여성은 채용을 거부당할 수도 있고 해고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타이완에서 이주 여성 노동자가 임신을 했다면 계약 해지는 물론이고, 임신 여성의 체류를 허가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하지 않는 한 강제로 추방당하고 만다. 인도와 태국의 여성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낙태를 해야 하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여성의 몸을 감시함으로써 기업들은 높은 보건 관리 비용, 출산 휴가나 육아 등 재생산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법적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 105, 106
노동권 유린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고 초과 노동을 강요하는 일이다.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20개 전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2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산에 따르면 60%의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강요당했고, 이중 절반은 매일 5시간 이상을 초과하여 일했다.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긴 경제적 초과 노동이 일반화되어, 노동자들은 대부분 주 7일 내내 일해야 하며, 이들의 초과노동시간은 월 평균 100~120시간에 달했다. - 109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스리랑카의 수출가공지역 등에서는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기숙사에서 가혹한 군대식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공장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초과노동 수행 능력을 감시 통제할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은 단 한 차례만 3년간의 체류를 할 수 있는데, 처음 2년 동안은 연수생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한국의 노동법에 따른 요건들, 특히 최저임금이나 초과노동과 관련된 사항들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 109
전 세계 전자산업은 젊은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을 기반으로 번창하면서도, 그녀들의 노동권을 여전히 침해하고 있으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현재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자들이 대부분 미조직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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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별노동조합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2000년 말레이시아 전자산업의 노동조합은 기업 단위 노조 8개뿐이었으며, 이것은 이 나라의 15만 노동자들(이들 가운데 80%는 여성이다) 가운데 단 5%에 불과한 규모로, 나머지는 여전히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 112
여성 노동자들이 착하고 온순하다는 고정관념과 대조적으로, 여성들은 작업장의 정의를 위하여 때로는 엄청난 회사의 탄압에 직면해서도 늘 투쟁해 왔다. 그 결과 여성들은 해고되거나 강등되거나 야간 근무를 해야 하거나, 또는 훨씬 열악한 노동조건의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배치되기 일쑤였다.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물리적인 공격을 받기도 한다...경영진들은 국가 기구를 동원해서 노동자들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114
여성들은 단식 투쟁이나 태업을 수단으로 전투적인 운동들을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예를 들면 방갈로어의 파업 노동자들은 회사 정문 앞에 누워 대체 근로자들을 작업장으로 태우고 들어가려던 버스를 막아냈다. 너댓 명으로 이뤄진 소그룹들이 돌아가면서 단식 투쟁을 벌여 마구잡이 체포와 경찰의 만행에 맞섰다. - 115
‘말레이시아노동조합총회의MTUC'는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수출가공지역 여성노동자를 위해 두 곳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숙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고 인간적이며 안정적인 주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토론하고 노동조합의 장점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시도가 모범이 되어 다른 지역에서 따라 하기도 했고, 이 기숙사에 살았던 여성들 가운데 일부가 전자사업장에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 116, 117
5장
“메이드 인 차이나”,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의 전자산업 노동자
일반적으로 IT산업 종사자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그룹은 재능 있는 IT전문가들로 높은 봉급을 받고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립 라인의 최전선에 있는 이름없는 노동자, 다양한 부서의 생산지원부서 노동자들과 파견직 노동자들이 있다. 물론 후자가 대다수이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은 쉽게 백만장자가 되며 열심히 일하는 업계의 영웅이자 승리자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IT산업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며 가혹한 공장의 규율을 감내하면서도, 기술 숙련의 기회를 갖기 어렵고 자신의 직업을 통해 전망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 131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정상적인 노동시간은 하루에 8시간, 주 5일이며 1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조항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1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며,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주 노동자들은 대부분 추가 수당없이 주 6일 근무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은 임금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연장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12시간 맞교대로 공장을 운영한다. 노동자의 수를 최소화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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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기업 ‘에이서’의 자회사인 ‘윈스트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주6일 근무를 하며, 1주일에 72시간 이상을 일하기도 한다. 중국 <노동법>은 한 달 노동시간도 249시간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나, 한 달에 3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 132
정부는 매년 최저 임금 하한선을 신문을 통해 발표하지만, 노동자들은 신문을 보기도 어렵다. - 134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이른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벌금을 물리거나 징계를 내린다. 사소한 실수에도 징계가 부과되기 일쑤다. 일본계 전자제품 업체는 한 노동자가 사규를 어겼다며 옐로우 카드를 주고 하루치 임금을 삭감했다. 규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보면, 명찰을 규정된 위치에 달지 않았거나, 작업장에서 동료와 얘기했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주하이에서는 극히 악독한 사건이 벌어졌다.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여성은 10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작업도중에 졸았다며 꿇어앉으라고 명령했다. 사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휴식도 반납한 채 4일 동안 계속 일해 왔었다. - 135
중국에서 법으로 인정된 노동조합연맹은 ‘중화전국총공회’ 하나뿐이다. 노동자 단결의 자유는 크게 제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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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는 노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노조와 정부는 거의 도움이 못되며 심지어는 정당한 저항을 억누르기도 한다. 일본계, 전자제품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조직했을 때, 지역 공안은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홍콩 기자들과 접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일본인이 경영하는 한 카메라 공장에서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재빨리 나타난 지역 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을 꾸짖고 일터로 돌아가라고 강요했다. 지역 노조 위원장은 투자자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똑바로 처신하라고 지껄였다. - 136
광둥성 둥관에 있는 타이완계 컴퓨터 케이스 제조공장에서는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38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39명이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프레스를 다루다 손이 잘리거나 화상을 입었다. 노동자들이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자 사업주 측은 피해자를 모욕하고 협박했으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둥관의 가전제품 공장에서는 35명의 노동자가 벤젠에 중독되었다. 노동자들은 환기가 안되고 개인 보호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 기준치 이상의 접착제를 들이마셔야 했다. - 138
2003년,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첸Chen의 치아가 파랗게 변색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사업주 측은 그녀를 치료해 주지 않았다. 그녀를 진료하는 의사는 그녀가 거주하는 기숙사의 침대가 공장의 배기 팬과 너무 가까워 납에 중독되었다고 진단했다. - 138
최근 GP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은 반도체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카드뮴 중독으로 직업병에 걸렸다. - 138
6장
태국 전자산업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 시게이트 테크놀로지는 1988년과 1989년, 태국에 2개의 공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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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남쪽에 위치한 시게이트의 테파룩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자 4명이 1990년과 1991년 사이에 사망했다. 동료 노동자들에 따르면 그들 모두 두통, 피로감, 근육통, 그리고 실신을 경험했다. 거의 200명에 달하는 다른 노동자들이 만성 납중독으로 진단되었으며 유기용제 노출로 더욱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 151
7장
인도의 전자산업
실라(가명)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의 일은 뭄바이 공장에서 회로판을 납땜하는 것이었다. 덥고 습기찬 날에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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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흄Fume을 마셔야 했던 그녀는 경련을 일으켰고, 빈속에 일을 할 때면 증상이 악화되었다. 그녀의 동료인 란지는 동정어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공장에는 노조가 없었고(한번도 허용된 적이 없었다) 조금만 반항해도 반드시 처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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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라는 그녀의 가족을 생각하며 일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점점 현기증은 심해져만 갔고,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그녀는 공장 복도에서 쓰러졌다.
- 165
인도의 <공장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시간외 수당 없이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보통 8시간 넘게 일하며, 때로는 12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시간외 수당도 못 받으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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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시간외 수당은 법적으로 일반노동수간 수당에 비해 2배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외 수당을 거의 받지 못한다. - 175
인도에는 위험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법들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 177
대규모 사업장과 몇몇 공공사업장을 제외하면, 인도 전자산업에는 노동조합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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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들은 조합에 가입하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노동조합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하려고 든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사업주들은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장하며, 노동자들은 혹시라도 직장을 잃을까봐 외부인에게 말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 179, 180
8장
어둠을 벗어나 암흑 속으로?
중동부 유럽 반도체 공장 노동자와 지역 보건
9장
지역사회 풀뿌리 운동에서 국제연대 운동으로
1981년 실리콘 밸리에서는 독성물질들이 여러 공장으로부터 인근 지역에 퍼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로렌 로스는 식수원을 오염시킨 공장들 가운데 하나인 페어차일드 반도체 공장 인근의 남부 산 호세 시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딸을 출산했는데,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여러 번의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 심장질환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하고 있었을 때 발생했던 수질 오염사건이 딸의 심장질환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웃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가족들의 병력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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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원인은 IBM과 페어차일드반도체 공장의 지하저장탱크에서 유출된 유독화학물질이었다. 오염물질은 유출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수 마일에 걸쳐 북서쪽 지하 대수층을 오염시켰다. -213
10장
실리콘 밸리의 노동자 건강을 위한 투쟁
11장
두 시기의 이주 노동자들
전자산업계의 지도자들은 전자산업이 실리콘 밸리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조합이 없어야 한다고 지역사회와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반복해서 주장해 왔다. - 243
1930년대와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전후 시기의 전성기를 지난 뒤, 미국의 노동조합은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사실, 2003년을 기준으로 13%의 노동자만이 노동조합에 속해있다. 이는 1953년 35%에서 꾸준히 줄어든 수치로, 회사들이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애쓰고, 규제들이 심각한 수준으로 완화되었으며, 탈산업화와 세계화로 일자리를 노동조합이 없거나 불법인 국내외의 다른 지역들로 옮겨간 결과였다. - 245
12장
스코틀랜드, 그리녹 내셔널반도체사 노동자들의 건강
영국 내셔널반도체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입주 당시 인버클라이드 지역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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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있었던 한 노조가입 운동 당시에 클린룸 노동자였던 제인은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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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선임자와 같이 사내 매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노조원들이 정문 앞에서 조합원 가입을 받으려고 진을 치고 있고 나도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하게 되었다. 몇 분 후에 나는 관리자 사무실로 불려갔다. 탁자 위에 놓인 종이에 내 이름과 함께 경고가 적혀있다고 했다. 내용인 즉슨 만일 노동조합에 대해 입만 뻥긋해도 저 세상으로 갈 줄 알라는 것이었다...결국 나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 내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남편도 실직 상태였기 때문이다.(인터뷰, 2002년3월28일) - 262, 263
자유무역협정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 멕시코와 미국은 멕시코로 물자를 보내 조립하고 다시 판매를 위해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형태로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줄어든 관세와 멕시코의 저임금, 비교적 적은 환경 규제들 덕분에 기업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1994년 확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두 국가 사이의 자유무역을 더욱 확대시켰고, 기업에게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 주었다. - 279
현재 20세인 루페는 13세에 조립 공장 일을 시작했다. 파나소닉 TV 공장에서 땜질 작업을 했다...직업에 관한 불만 가운데 하나는, 열 시간 일하는 동안 화장실에 딱 두 번만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려면 감독관에게 물어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때로는 대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화장실을 갈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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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각자의 위치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어떨 때는 화장실에 15명이 줄을 서 있기도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마시기를 꺼린다. 공장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방광염과 신장염으로 고통 받는다. 점심시간이 되면 화장실에 갈 수 있다. 그 시간이 되면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공장을 가로질러 달린다.
티후아나 조립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흔히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일상적 성희롱과 스트레스, 인격적 무시에 관한 일들이다.
성희롱이 그칠 새가 없다.
관리자들은 너무 무례하다. 우리를 ‘똥꾸멍’라고 부른다.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더 순종적으로 길들이기 위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해고하려 한다. - 286
인권감시기구 보고서를 위해 조사한 공장들 가운데에는 티후아나 TV 공장 중 삼성, 산요, 파나소닉 등 세 곳이 있었다. 1993년에 파나소닉(당시는 마쓰시다-파나소닉)에 고용된 의사는 임신한 여성을 고용하지 않으려고 채용 시 임신검사를 강제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였다고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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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킬라도라 기업들은 출산 전후 6주간 법으로 보장된 비용 지불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화학물질 노출에 취약한 태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 문제의 책임도 피할 수 있었다. - 288
마킬라도라에서 노동조합 조직에 대한 사업주들의 관점은 티후아나에서 새로 사업을 찾으려는 사업자를 위한 홍보문에 잘 드러나 있다.
티후아나에서 노동조합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는 데 주된 장애물이 아닙니다...티후아나의 많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은 이곳의 풍부한 노동력 덕분에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해 왔습니다. - 288
14장
멕시코 할리스코 주(州)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직업 건강
15장
실리콘의 침묵을 깨다
타이완 신주과학산업단지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목소리
16장
티끌만도 못한 생명
심각한 오염의 피해자, 전직 RCA 노동자들의 투쟁(타이완)
1990년대에 타이완 환경보호국이 RCA의 타오위안 공장이 영구적으로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을 때는 이미 216명에 이르는 RCA의 전직 노동자들이 암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1,059명이 각종 암으로 고통 받고 있었으며, 102명은 종양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런 피해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 328
RCA는 약 1만 명의 타오위안 공장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은, 심지어는 기본적인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지하수를 공급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은 공장 밖에서 사온 생수를 마셨다. 한 전직 노동자는 이렇게 회상했다. “외국인 관리자들은 전부 생수를 마셨고, 멍청한 우리 노동자들만 독이 든 물을 마셨다. 공장에서 먹고 자고...샤워 물조차도 독극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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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는 타오위안 공장 부지에 폐유기용제를 그냥 내다버렸다. 버려야 할 양이 늘어나자,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채 땅 속에 퍼붓기도 하고 구덩이를 파고 묻어버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유기용제들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 334
17장
전자산업 노동자 조직화
노동조합 조직화 상황은 국가마다 대륙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개발 실험실 노동자건 인텔, 솔렉트론, 플렉스트로닉스에 남아있는 생산직 노동자건, IT회사 직원들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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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줄이지 못하게 하거나, 신속한 해고를 금지하는 국내의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정보통신산업의 개척자이자 인텔의 전직 최고경영자 로버트 노이스 같은 사람은 “노동조합이 없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 347
말레이시아에서 노동조합은 정부 승인을 얻어 등록해야 하며, 동시에 특정 산업의 공장이나 기업에서 노동조합 설립은 제한을 받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전자산업(노동자들)의 전국적인 조직을 금지하고 기업별 노동조합만을 허용하고 있다. 전기/전자 기업들이 산별노조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척 쉽다. 전기산업을 전자산업으로 산업 분류만 변경하면 노동조합은 더 이상 노동자를 대표할 수 없게 된다. - 348, 349
한국에서는 전기/전자 대기업 가운데 일부에 노동조합이 있다...삼성은 아직도 노동조합 기반 자체를 막고 있다. - 349
중국은 지금까지도 자유로운 노동조합 설립이 금지되어 있다. 중국에는 ‘중화전국총공회’가 유일한 전국 조직으로, 집권 공산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안정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은 경제 발전의 이름 아래 완벽하게 통제당한다. 그러니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임금은 낮고 안전 규제는 빈약할 수밖에 없다. - 349
18장
전자제품 생산과 수명주기, 독성에서 지속가능성까지
정밀전자산업은 중공업에 비해 사고성 재해가 적기 때문에 경공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직업성 질병은 중공업 분야에서보다 전자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자산업에서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독성 화학물질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 369
최신 유행(때로는 불필요한)과 새로운 패션을 선동하는 인터넷과 마케팅이 급속히 늘어가면서, 더 새롭고 더 빠른 제품들에 대한 요구들이 생기고 있다. 기업들의 속도 경쟁은 수많은 첨단 전자제품들을 불과 몇 달 만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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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인텔은 펜티엄2 칩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춤추는 버니” 광고를 통해 활발한 마케팅을 추진했다. 당시 인텔은 펜티엄2를 홍보하기 위해 단 1분기(3개울-역자) 동안 1억 달러를 써버렸다.
1990년대 후반에는 또 다른 광고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이 재빨리 펜티엄3과 펜티엄4 프로세서를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 374, 375
매년 미국에서는 약 6천만 대의 컴퓨터를, 세계적으로는 1억3천만 대가 넘는 컴퓨터를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속하게 기존 제품을 구식화해 버리는 전자산업의 전략은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를 끝없이 만들어 내며, 내다버려야 하는 구형 소비재 전자제품들을 엄청나게 만들어 낸다. - 376
19장
일본 첨단기술 산업의 환경오염, 커지는 문제들과 해결 대안
토지환경보호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에는 유기용제나 중금속, 그리고 PCB 등의 독성물질에 토양이 오염된 지역이 40만 곳 - 383
사람들은 정밀전자산업은 직업병이 거의 생기지 않는 청정한 산업,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굴뚝이 없는 산업일 거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우선 “청정”이란 단지 “먼지가 없음”을 뜻하며, 그 목적은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물질과 설비들을 “청정”하게 유지하는데 있다. 반도체 공장의 작업장이나 주위 환경에 대한 “청정”은 아주 다른 문제다.
․명백히 눈에 보이는 물이나 가스 낭비는 제쳐두더라도, 폐기물과 쓰레기, 그리고 유기용제 저장 탱크나 폐 유기용제를 내다버리는 곳에서 새로나온 물질들이 전자산업의 주요 오염 원인이다.
․지하수가 환경오염의 통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도체산업은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 가스, 방사선을 사용하며, 이런 물질들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첨단기술은 매우 급속도로 변화하며 기업 비밀도 무척 많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환경 보호 방버은 기술의 발전에 몇 발짝씩 뒤쳐져 뒤늦게 마련되곤 한다. - 385, 386
20장
숨기고 싶은 추악한 비밀
전자폐기물 무역의 경제학과 윤리
2002년 2월, ‘바젤 행동 네트워크’는 실리콘 밸리 독성물질 방지 연합과 함께 <유해물질 수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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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에서 “재활용”을 위해 모은 전자폐기물 가운데 약 80%는 “합법적으로” 아시아에 수출되었고, 그곳의 재활용 작업은 위험천만한 원시적인 방법으로, 심각한 공해를 유발하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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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활용업자”들이 사실은 돈을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독성 폐기물을 수출하는 “유통업자”일 뿐이라고 했다. - 400
2002년의 조사 작업은 중국 남부 광둥성의 구이우시에 중점을 두었다. 구이우 시에는 변방지역에서 이주해 온 농민들이 일당 1.5달러를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전선을 태우고, 브롬화 난연제가 함유된 플라스틱이나 납땜이 되어 있는 회로판을 녹이고, 강둑에서 강산 용액을 사용하여 칩과 커넥터를 벗겨내는 작업들이었다. 직업병이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 장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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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선진국의 전자폐기물 하치장으로 쓰고 있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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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의 절망적인 주민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재활용”이라는 녹색의 미명 아래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 401
금속 재활용 과정의 최종단계이자 환경적으로 가장 위험한 단계인 제련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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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아메리카에는 제련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오염을 예방하고 노동자들에게 법에서 정한 안전 조치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크다보니, 기업들은 시설을 개선하기보다는 개발도상국에 새로 설비를 가동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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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디지털 배설물이 묻히고 있는 “남반구” 국가들...만약 내가 중국, 인도 혹은 그 외의 지역에서 가난한 농부로 살다가 암에 걸렸다면, 난 누구에게 보상이나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겠는가? - 407, 408
21장
첨단기술 쓰레기 더미, 버려진 목숨들
델리의 전자폐기물
뉴델리에 인접한 재활용 산업 지역인 만돌리의 어둔 골목길, 어린 소년이 바닥에 주저앉아 산성 액체가 담긴 양철 바가지에 첨단 다층인쇄회로기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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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깨끗이 닦은 기판을 소형 요리용 가스레인지에 넣고 가열해서 내용물을 녹여내려고 한다. 그 속에 든 몇 밀리그램의 금속이 소년의 생계수단이다. 날이 저물 때쯤이면 그는 50센트 정도를 벌게 될 거고, 그걸로 또 하루를 연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쓸모없어진” 컴퓨터처럼, 이 소년도 쓰레기 더미의 일부가 될 지도 모른다. - 415
수년 동안 인도에서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가난한 농촌 사람들, 특히 가진 땅이 없는 사람들에게 델리는 “희망 가득한” 목적지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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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산업은 바로 이런 이주민들을 흡수하고 있다...노동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은 냉혹한 노동시장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 - 420, 421
․ 회로기판 - 컴퓨터의 인쇄회로기판과 그 부속들은 안티몬, 금, 은, 크롬, 아연, 납, 주석, 구리와 같은 금속을 포함하고 있어서 상당한 값을 받는다. 이런 금속들을 재생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가열하거나 태우는 등, 인체에 해롭고 위험한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납을 포함한 땜납 역시 재생된다. 기판을 금속 집게로 직접 집어서 작은 등유 버너로 가열한 후 금속이 녹아서 떨어지면 커다란 물통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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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시설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잔유물은 벽돌 가마 사장들에게 가마의 연료로 팔려 결국 공기를 오염시키게 된다. - 428
납, 카드뮴, 크롬, 수은과 같은 중금속들은 중추 및 말초 신경계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납은 어린이들의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인체의 혈액, 신장, 생식계통에 손상을 준다. 또한 환경 속에서 축적되어 식물, 동물, 미생물에 급성 및 만성 영향을 미친다...크롬은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여 체내에 흡수된다. 베릴륨, 바륨과 브롬화 난연제에 노출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 431
22장
미국 전자제품 ‘생산자책임 확대제도’ 도입
23장
국제환경협정과 IT산업
24장
전자제품의 디자인 변화
25장
ToxicDude.com, 델dell을 상대로 한 운동
옮긴이의 글
그때 나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백혈병은 주로 어린이나 노인에게 발생하고 젊은 성인에게는 무척 드문 병인데 젊디젊은 2․30대 노동자들 여러 명이 같은 회사에서 이런 병에 걸렸다는 건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백혈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이 모든 일이 우연일 뿐이며 작업환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삼성반도체의 태도도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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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도 정말 이상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제대로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조사는 하겠지만 조사내용은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기업이 영업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나. 그 “비밀” 속 어딘가에 백혈병을 일으킨 범인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지만, 기업이 요청한다면 정부는 그 범인을 안전하게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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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노동자들도 그/녀들이 날마다 냄새맡고 손대야 했던 화학물질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회사가 단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얘기할 수 없었을 거다.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종합병원 무균실 아니면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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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멍이 많이 들고, 먹으면 토하고 어지럽고 그래서 친구가 병원을 가자고 했는데...백혈병이라고 했어요. 엄청 울었어요. 내가 죽는 줄 알았어요.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그래요”
2005년 6월, 황유미 씨는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가을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지 2년 만이었다. 의사는 혹시 화학물질을 다루는 일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녀가 한 일은 웨이퍼를 바구니에 담아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에 차례로 담갔다가 꺼내는 세척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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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유미 씨와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이숙영 씨가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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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기 씨는 문득 딸이 치료받던 병원에 같은 공장 출신의 백혈병 환자가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 회사에 따져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혈병 환자가 세 명인 건 사실이지만 공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 황상기 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다섯 명의 백혈병 환자를 더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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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씨의 병세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갔고, 2007년 3월6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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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원회’가 발족한 뒤 더 많은 피해자들과 제보자들이 연락을 해 왔다. 백혈병에 걸린 남편을 만삭의 몸으로 간병하다가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아내. 생리가 끊기고, 피부가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동료들이 불쌍하다고 눈물을 훔치던 스물 두 살의 아가씨,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삼십 대의 젊은 나이에 희귀 암으로 차례차례 쓰러지는 걸 보니 불안하다고 전화해 온 엔지니어. 오랫동안 불임으로 고생하다 어렵게 아이를 낳고, 첫 돌잔치를 한 달 앞두고 백혈병을 진단받은 아내 얘기에 한숨짓던 남편. 뇌종양에 걸려 남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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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의 경쟁력은 “NUNS(No Union, No Strike-무노조 무파업)”에 있다는 외국 기업주들의 이야기도,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마저 제멋대로 짓밟고 있는 삼성의 경영진과 꼭 닮았다.
...
이윤을 위해서라면 생명과 환경을 망쳐도 좋고 불법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기업을 감독하고 제어하기는커녕, 불법을 눈감아 주고 기업들이 더욱 활개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고 나서는 정부의 모습 역시 어느 대륙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결같기만 하다. - 542~550
나는 삼성 반도체 건강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인 모순이 얼마나 많은지, 대기업에 대한 편견과 물질만능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는 노동조합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다보니 회사 마음대로 화학약품이나 방사선을 쓰면서도 노동자들한테는 그에 대한 교육은 잘 안합니다. 이것이 다 노동조합이 없어서, 노동자 건강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내 딸 유미는 백혈병에 걸리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겁니다.
노동자는 죽도록 일을 시켜 죽여가면서도 월급 약 100만원, 그래놓고는 삼성 이사들은 약 200억의 연봉을 받습니다. 노동자 착취를 하는 겁니다.
회사는 어린이 백혈병 환자 돕기 운동도 합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환자가 나오는 걸 감추기 위한 교란 작전입니다...황상기_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故 황유미의 아버지 - 552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오랫동안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일한 경험도 있습니다. 반도체 같이 화학물질을 다루는 직업이라면 회사에서 당연히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뿐 아니라 실업계 학교라면 위험천만한 작업환경과 그로 인해 피해사례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렇지만 제가 일했던 회사에서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건강 같은 것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자격증 같은 실무적인 것만 중요시할 분, 노동자란 무엇이며 노동자의 인권이니 건강권 같은 중요한 문제는 선생님의 연애담을 닫는 자투리 시간에도 들어볼 수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식의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갖기 쉽습니다. 노동자니 환경오염이니 어쩌고저쩌고 하는 따위의 얘기를 했다가는 몽상가나 비현실적인 사람 취급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기업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노동자의 건강을 짓밟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환경을 오염시키고도 국가경제성장의 1인자라 으스대고 있으니, 그 살인적인 얼굴에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정애정_전 삼성반도체 노동자,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故 황민웅의 아내 - 553,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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