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너무나 많다. 가정교육이 하루에도 수천 명의 정신질환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빌헬름 라이히, <파시즘의 대중심리> 가운데
내 마음은 건강할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뒤돌아보면 참 오랜 세월 건강치 못한 상태로 살아 왔습니다. 어떻게든 사랑 받기 위해 난리 부르스를 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무서운 꿈을 꾸다 깜짝 놀라 깬다거나, 또 아니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등등의 일들이 있었지요.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니 제가 만나온 가족의 영향도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제가 태어나 만난 가족이 천날만날 두들겨 패고 욕하고 악다구니 하고 집안 살림 다 부셔지는 그런 가족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서로가 가진 상처를 보듬어주고 힘겨운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가족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조롱하고 핀잔주고 무시하고, 성적이 좋을 때만 칭찬 받을 수 있는 그런 가족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제가 무얼 잘 할 수 있고 무얼 잘 못하는지를 살펴봐 주고, 제가 꿈을 찾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격려하는 가족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제가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특히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고 서로 교감하며 살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부모를 원망하느냐구요? 그런 마음 반, 아닌 마음 반입니다. 아버지가 엄마 때리고 집안 다 때려 부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요. 엄마가 늘 핀잔만 주지 말고 제 마음을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 주었으면 좋았겠지요.
그리고 또 생각해 보면 그 분들도 그렇게 살게 된 이유가 있겠지요. 그분들이 만났던 가족이나 세상이 그분들이 그렇게 살도록 영향을 미쳤겠지요. 제가 그렇듯이 그분들도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진 거겠지요.
우린 그렇게 이 세상 속에서 외롭고 아프고 화가 가득한 존재로 만들어졌겠지요.
요즘은 아버지와도 엄마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요. 다가가 보려고, 마음을 나눠보려고, 함께 있어보려고 애를 쓰고 쓰고 또 써도 잘 안 되더라구요. 두 사람 곁에 가면 늘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조마조마 했어요. 편안하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고 대화를 나눠 본 기억이 한 번 없네요. 늘 잔소리나 훈계를 들을까봐 감추고 거짓말 하고 그랬지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제 마음을 함께 느껴주고, 저에게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저도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었겠지요. 제 욕심을 채우는 데만 급급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무시하거나 하는 일이 줄어들었을 거구요.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분노, 불안, 긴장 같은 것들도 줄었을 거구요.
저의 부모가 저를 한 번도 굶기거나 헐벗게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먹고 입고 자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요. 의식주는 채워졌으나 사랑, 행복, 만족, 따뜻함, 격력, 위로...뭐 이런 것들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저 혼자 미쳐 날뛰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그런 것을 쫓아 날뛴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는 거네요.
저는 부모가 되지 않고 살기로 했으니까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되려 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거에요. 부모가 아이를 많이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제가 본 많은 부모들은 자기 마음의 상처와 욕심에 허덕이며 아이를 대하는 것 같아요. 저의 부모가 그랬듯이 말이에요.
그게 아니면 많은 남성들이 그러듯이 아이를 낳기만 하고 보살피고 돌보는 것은 나 몰라라 하지요. 밥 굶기지 않았으니 부모 노릇 다 했다고 말씀하신다면...그러면 굳이 아이는 왜 낳으신 건가요? 낳고 싶어서 낳기만 하면 그만인가요? 마음을 쏟지 않을 거면 낳고 싶더라도 낳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아이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행복하고 평화로워야 하는 건 아닌지 싶어요. 부모가 행복하고 평화로우려면, 부모들부터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설레임이나 희망 같은 것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부모가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희망으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살아간다면 아이들도 그 설레임과 희망을 느끼며 자라지 않을까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겠지요. 건강한 씨앗이 건강한 나무를 자라게 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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