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내 동료들에게서 (가끔은 나 자신에게서도)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잘된 일’에 대한 열망이 매우 뿌리 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주어진 것이 가족이나 자신에게 해롭고 적대적인 노동이라 할지라도 ‘잘하도록’ 무던히 애썼으며, ‘잘 못’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정도였다.
...
내 목숨을 구해준 폿사노 출신의 벽돌공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독일과 독일인들, 그들의 음식, 그들의 말, 그들의 전쟁을 혐오했지만, 폭탄에 대비한 방호벽을 쌓아올리는 일이 맡겨졌을 때에는 벽돌들을 제대로 교차시키고 필요한 모든 석회를 발라가며 곧고 단단한 벽을 세웠다. 명령을 존중해서가 아니었다. 전문적인 일에 대한 존엄성 때문이었다.
...
다른 한편으로 트레블링카의 부지런하기 이를 데 없는 학살자 슈탕글에게도 작용했던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질문자에게 짜증을 내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로 했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잘해야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우슈비츠의 사령관 루돌프 회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가스실 발명을 이끈 창조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와 똑같은 미덕을 자랑스러워했다.
- 프리모 레비,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가운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유대인을 죽이는 가스실을 짓는 거라면
조선을 공격하는 일본군이 사용할 총을 만드는 거라면
노동자들의 권리 주장을 억누르는 경찰이라면
지배자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퍼뜨리는 언론이라면
그래도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박수 받을만한 일일까요
무엇을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걸까요
명령이나 강제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과 사랑이 필요한 건가요
내가 설정해 둔 멋진 내 모습을 이루기 위해서인가요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위해서인가요
열심히 성실하게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을 먹기 전에
그것이 어떤 일이며 누구를 위한 일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나는 인정 받고 성취감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는 고통 속에 빠져들지도 모르니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만난 가족이 조금은 달랐더라면... (0) | 2015.02.10 |
---|---|
침묵의 이유 (0) | 2015.01.12 |
교육과 가학성 (0) | 2015.01.12 |
지배와 신념 (0) | 2015.01.12 |
지배와 망상 (0) | 201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