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것 같다 싶으면
어떻게 기회가 되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제 말만 늘어놓는 것 같으면
왜 혼자 떠드는 짓을 계속하나 싶어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의 성대를 이용해 목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도 같지만
두 사람 사이에 두꺼운 벽이 있어 서로의 마음이 오갈 수 없을 때 저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럴 때면 겉으로 입과 귀는 열려 있지만 속으로 마음은 굳게 닫혀 있는 것 같아 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몸은 함께 있을 지언정 닫힌 마음으로 서로를 느낄 수 없을 때
제 마음은 점점 슬픔으로 가라앉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향해 제 마음을 조금 열고
그 사람이 무엇에 슬퍼하고 무엇에 기뻐하지를 듣다 보면
점점 더 제 마음이 열리고 점점 더 그 사람이 또렷이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도 있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약간의 흥분도 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연인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아프고 상처 받은 얘기를 하더라도
얘기가 끝나고 나면 서로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누군가 제가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를 궁금해 하고
제 마음이 어떤지 들어보려고 할 때 저는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의 아프고 슬픈 얘기를 꺼내 놓을 때 저를 가만히 도닥여 주고 안아 주면 저절로 눈물이 흐립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저의 못나고 창피한 모습까지 드러내 보일 수 있을 때 저는 그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제 마음은 점점 기쁨으로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서로가 마음을 닫은 채로 전해지지 않는 말들만 내뱉을 때
저는 슬픈가 봅니다
그러고 보면
서로가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에 귀 기울일 때
저는 기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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