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삶.사랑.평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그것을 듣는다는 거

순돌이 아빠^.^ 2016. 1. 11. 15:59

나는 듣는다...나는 점점 커다란 귀가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담으려는 커다란 귀.

... 

그랬다. 그네들은 많이 울었다. 소리도 질렀다. 내가 떠나고 나면 그네들은 심장약을 먹었다. ‘구급차가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와요. 꼭 다시 와야 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살았어. 40년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어...”

 

...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그들의 침묵도 듣는다...그들의 이야기도 침묵도 나에겐 모두 텍스트다.

 

...

내게 보내온 편지들마다 한결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당신을 만났을 때 다 털어놓지 못했어요. 그때는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도 침묵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어요...” “당신을 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일을 입에 담아선 안 됐으니까요. 부끄럽기도 했고요” “의사한테 들었어요. 내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걸...모든 걸 털어놓고 싶어요...”

 

...

 

말하고 싶어...말할 거야! 전부 다 말할 거야! 드디어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니까. 그 숱한 세월을 우리는 입을 닫고 살았어. 심지어 집에서조차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어. 전쟁에서 돌아온 첫해에 나는 말하고 또 말했어. 아무도 듣질 않았지. 그래서 입을 다물어 버린 거야...”

 

...

 

헤어지기 전에 피로그가 담긴 봉투를 내 손에 쥐여준다...그리고 주소와 전화번가 적힌 긴 명단도 건넨다.

 

당신이 연락하면 다들 기뻐할 거야. 기다리고들 있어.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끔찍하거든.”

 

이제 알겠다. 그들이 결국은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를...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https://en.wikipedia.org/wiki/World_War_II_casualties_of_the_Soviet_Un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