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면 기다리고 있던 순돌이가 달려와서 뽀뽀를 합니다. 그러면 저도 순돌이를 쓰다듬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 그러지요.
한참을 그렇게 하고 나면 순돌이가 몸을 쭈욱 펴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러면 저는 순돌이의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 줍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을 주물러 주면 순돌이가 좋아하거든요^^
오늘 아침도 순돌이의 몸을 주물렀습니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어깨 지나고 등과 엉덩이를 지나 다리를 주물렀습니다. 그러면 순돌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하게 눕거나 엎드려서 안마를 즐깁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탱탱한 뒷다리 허벅지를 주무르다 점점 아랫배를 지나 가슴쪽으로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순돌이가 갑자기 땅에 대고 있던 얼굴을 홱 제치고 눈을 번쩍 뜨더니 저를 째려 봅니다. 그러고는 제 손을 아랫쪽으로 툭 칩니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제 손을 툭 치니까 혹시나 뒷다리를 주무르라는 말인가 싶어 손을 다시 아래쪽으로 옮겨서 뒷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순돌이가 다시 고개를 바닥에 스르르 대고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그렇게 뒷다리를 주무르다가 또 별 생각 없이 아랫배를 지나 가슴쪽으로 손을 옮기며 주물렀습니다. 배 부분을 지나려고 하니 순돌이가 또 눈을 번쩍 뜨며 저를 째려보고는 제 손을 아랫쪽으로 툭 칩니다.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순돌님께서 하라고 하시니 그렇게 해야지요. 다시 뒷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하니 순돌님께서는 고개를 땅에 살며시 대시면서 눈도 지그시 감으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아빠도 알잖아. 어제 순자 아줌마네 가서 김치 얻어오느라 먼 길을 걸었잖아. 아침에 일어나니 뒷다리가 뻐근하더라구. 그리까 뒷다리 좀 팍팍 주물러봐!
그렇게 해서 다리를 열심히 주물렀지요. 다리 주무르고 나서 순돌님 시장하실까봐 아침 진지를 챙겨 드렸습니다. 순돌님 진지 잡수시는 동안 저는 한 켠에서 조용히 제 밥을 먹었구요.
그런데 진지를 다 드시고 나서는...버럭 소리를 지르십니다. 아마도 양이 적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감을 조각내서 밥그릇에 올려 드렸더니 맛있게 드시고는 지금 몸을 쭈욱 펴시고 느긋하게 한숨 주무십니다.
내 집에 순돌이가 들어와서 사는 건지
아니면
제 집에 순돌님을 모시고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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